요즘 이 노래에 꽂혀 아침산책길에 자주듣게 됩니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함께 황영익에보이스가 차분함을 더해주는 '황영익에 걸어간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5년 전에 떠났던 청산도 여행이 떠오릅니다.
슬로시티 청산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적함에 여유로움까지 느림에 미학을 온전히 즐겼던 여행이었지요.
그 여행은 아무 생각 없이 아침밥을 먹다가 "우리 청산도 갈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란 유채꽃이 나비를 부르는 계절도 아닌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떠났지요.
부리나케 짐을 대충 싸고, 출발하면서 숙소와 배편을 예약했습니다. 내가 꿈꾸었던 딱 그런 여행이었지요. 어느 날 불현듯 어디론가 계획 없이 떠나보는 거. 설렘만가득 안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 채 출발했던 여행.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가 구석구석 돌아보다, 그 많던 관광객하나 없이 늦가을에 쓸쓸함만 남겨진 한적한 길을 따라, 유유자적 느림에 시간을 만끽하고 돌아온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이란 것은걷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고 가서도 결국 걸어야 합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일이었지요. 그날 아침식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속이 좋지 않았어요. 다행히 일행 중에 지사제를 가져오신 분이 있어 바로 해결이 되었지만, 남편은 성벽투어 중에 뒤늦게 증세가 나타났지 뭐예요.
결국 다음일정에 합류하지 못하고 분수대 광장을 가로질러 우리 둘만에 여행을 즐기게 되었답니다. 한알 남은 지사제를 먹으니 속도 평화가 찾아오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낯선 거리를 구석구석 걸어 다녔지요.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내가 외국인이 된 거리에서 사진요청에 브이도 해주었던, 웃픈 그 기억에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어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지요. 죽을 만큼 아파도 살고 싶으면 걸어야 한다고. 오늘도 건강을 위해 황영익에 노래 속으로 걸어가 볼까요. 살아 있어 좋은 곳,많이 걷는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