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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22. 2023

어우렁 더우렁

함께 사는 맛

지난 주말에는 셋째 시동생 회갑연이 있어 다녀왔다. 작은 숲 속에 초록초록한 아주 예쁜 정원 안에 커다란 카페였던 곳을 한식당과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음식도 자연식으로 정갈하니 무척이나 맛있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모임자체가 부담이었는데, 오늘 시동생 회갑으로 몇 년 만에 마스크 없이 7남매가 모두 모이게 되었다. 오랜만에 20여 명의 가족들이 만나니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연신 웃음꽃이 피어난다.

몇 년을 큰 시누이와 불편했던 관계도 풀어지고, 마음 편히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서로에 건강을 염려하고, 따뜻한 말들을 건네며 어우렁 더우렁 보낸 오늘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만날 가족들이 없었다면, 세상 사는 일이 얼마나 밋밋하고 허전할까.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에 외롭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단조로운 일상이지 않을까 싶었다.


때로는 부딪히고, 서운해하고. 오해하고, 토라지고, 큰소리가 오가기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해를 하고 화해를 하곤 한다. 남이 아니기에 그 끝이 길지도 깊지도 않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정한 눈길이 오갈 수 있다. 이런 것이 함께 살아가는 맛이지 않을.

가족이란 그런 건가 다. 별 탈 없이 열심히 살아온 시동생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고맙기만 하다. 그런 아빠를 위해 예쁜 케이크를 준비하고, 감사한 마음 담아 플래카드도 만들고, 묶여있던 리본을 풀자 풍선이 날아오르고, 신사임당 님도 따라서 줄줄이 날아오른다.


우리 기특한 조카들, 회갑연 준비하느라 많이도 애썼구나 했더니, 언니, 오빠(우리 딸, 아들) 보고 배웠다 한다. 늘 장녀이고 장손인 우리 아이들, 오늘도 시누이님들 배웅하러 간 사이 늘어놓은 커피잔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아빠, 엄마의 맏이로서의 고단함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지만, 태생이 그런 걸 어쩐다니. 현명하게 사촌동생들  보살피며, 이끌어주리라 믿고 싶다. 맏이인 우리 딸과 막둥이와는 무려 20살 차이가 난다. 그래도 믿음직한 우리 아이들이 있어 온 가족들에 미래가 든든하기만 하다. 우리의 함께 사는 맛도 이어질 것이라 믿고 싶다.




"어우렁 더우렁"(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모양-국어사전) 뜻을 좀 더 정확히 하고자 찾다 보니 같은 제목에 한용운 님 시도 있어 함께 올려봅니다. 낯익은 구절도 있네요.



어우렁 더우렁


詩 / 한용운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 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낮단 말 빈 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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