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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28. 2023

입원할 것을...

밤새 아팠다. 처음 접해보는 불쾌함마저 밀려드는 생경한 아픔이다. 딱 절제된 부분에서만 전해지는 아픔에 새벽인가 했지만 겨우 1시다. 어찌 이 밤을 다 보내나, 어떻게 해야 이 아픔이 덜해질 수 있지 머릿속이 흐트러진다. 짜증스러움마저 밀려와 몸을 일으켰다. 따뜻한 물로 목을 축이고는 다시 옆으로 누워 한껏 웅크린 채 아픔을 달래 본다. 서서히 속이 편안해지며 후회를 한다. 입원하겠다 우겨볼 것을.


그랬더라면 이런 아픔은 겪지 않았을 것을. 그동안 아파보지 않았기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검사명에는 상부치료내시경이라 표기되어 있다. 지난번에 못하고 간 피검사 때문에 일찍 병원에 도착했으므로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기만 했다. 지난번 친절한 의사 선생님에 감동한 나머지 피검사를 안 하고 나의 잘못이다.


그렇게 4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내 이름이 호명되고 교수님 수술 보조라며 찾아오신 분이 수술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하며 겁을 잔뜩 주고 간다. 천공이니 뭐니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했다, 수면내시경으로 하니 간단하게 잠 한숨 자고 나면 되겠지 싶었는데 확인싸인까지 하고는 심난해져 복도를 서성였다.


<내시경실 앞에 걸린 그림, 작품명:dream room 작가:최나리>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어젯밤부터 굶고 있는 내게 링거를 달아주었다. 기분이 찝찝해지는 걸쭉한 액체를 두 봉지나 먹이더니 목이 점점 마취가 되면서 상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깨어났다. 잠들 때도 깨어날 때도 일반내시경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일반내시경을 할 때마다 가끔은 안 일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드는 그 느낌좋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다르다. 예민함 때문일까.


상부절제술은 잘 되었다며 모니터를 보여주신다. 1.5센티의 수술자국이 무질서하게 남아 있다. 약간 도드라진 선종을 내시경을 통해 절제해 내는 시술이었다. 다음 주 조직검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암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보지 말 것을. 밤새 아프면서도 그 부분이 떠오르며 그 상처가 안쓰러웠다. 내 살점이 도려져 나가는 것도 모르고 잠만 처 잤으니 할 말이 없다. 열이 나거나 많이 아프면 꼭 응급실로 오라는 신신당부를 들으면서도 시술이 잘 되었다니 이렇게 아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렇게 또 한차례 더 배를 움켜쥐다 아침을 맞이했다. 몸무게는 또 추락했다. 겨우 저녁에 억지로 먹은 미음 반공기, 딸이 아픈 엄마를 위해 소고기를 갈아 야채를 다져 정성껏 쑤어 온 죽이지만 먹지 못했다. 입맛이 줄행랑을 쳐버렸다. 또 어제 남은 미음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약을 먹고 나니 견딜만하다. 혹시 나 같은 겁쟁이라면 이런 시술을 하실 경우 반드시 하루정도는 입원하시길 권장해 드린다.


입원에 대해 말씀하실 때, 의사 선생님께 냉큼 입원 주세요!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밤새 후회가 되었다. 조직검사결과가 남았지만 일단 한 가지를 넘겼다는 것에 안도하며 아직은 아파서는 절대 안 되는 며느리로 돌아가련다. 시술전날 요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 병세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왔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낼 것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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