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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12. 2023

걱정은 독이다

걱정은 해독제가 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원초적인 사람인가 보다. <원초적이다 :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되는 것-어학사전>. 결국 생각이 발전되지 못하고 처음 그대로의 날것, 성인으로서 모자라다는 말인가? 그래도 어쩌겠나 그도 나고, 좀 더 나은 척하는 나도 나인 걸. 무려  1권, 2권 합하여 586페이지나 되는 감동소설이라는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고작 생각나는 것이, 1권에서 그것도 이곳저곳 뒤적이다,


P43.
남영역 쪽 술집에서 한잔하고 넘어온 아이들인 듯싶었다.
"난 비비빅 먹을 거야!"
"니네 싸만코가 뭔 뜻인지 아냐?
싸고 양도 많고거든!"
"아 근데 왜 비비빅 없어? 팥 먹고 싶은데 씨."
"여기 바밤바 있다.  바밤바나 처먹어!.
"바보야. 바밤바는 밤이고! 나 팥 먹고 싶다고!!"


물론 이 불량스러운 무리들은 내게 "ㅋㅋㅋ"를 주고 독고씨가 피범벅이 되도록 온몸으로 막아내어 결국 경찰서로 끌려갔다.


전 세대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감동소설이라는데 예의가 없어도 한참 없다. 그 많은 글 중에 이 문장에 치킨 광고도 아니고  "ㅋㅋㅋ" 웃어댄 기억만이 남았으니 일면식도 없는 김호연 작가님께 사죄라도 해야 하나. 물론 감동적인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다음 결말이 더 감동적이기 위해 존재한 부분이었으려나. 원 플러스 원  p132.  존재감 없는 남편, 재미없는 아빠였던 경민이 "청파동에서 제일 고운...... 아주 똑같이 고운 아이들이 이거 좋아해요!" 하며 1+1 로아커 초콜릿을 사가는 장면에서는 코가 시큰해져 왔다.


예전 같으면 하루이틀에 한 권쯤은 뚝딱 읽어 치웠을 것을, 분명히 재미있고 감동도 있는데 며칠을 헤드뱅잉을 수도 없이 하며 읽었다. 그러했으니 책 독후감이나 그에 대한 어떤 평도 기대해서도 원하아니되옵니다!  궁금해하신다면 기꺼이 책제목만 열심히 용감하게 외쳐드릴 수는 있습니다.

"불. 편.    편. 의. 점!!!"

(책과는 전혀 무관하고, 읽은 죄만 있습니다)




2권.  
p186.  
비교 암, 걱정 독.
엄마가 늘 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근배엄마는 아들과 단둘뿐인 세상에서 "비교는 암"이라고 생각할 만큼 아들이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며,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랐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1, 2권 통틀어 "걱정은 독이다"라는 한 문장에 꽂혀 길을 나섰다. 요즘 걱정으로 뾰족해져만 가는 얼굴에 하루하루 저점을 찍어가는 몸무게. 남편을 더 이상 퍼져가는 독 속에 가둬둘 수는 없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워킹화를 신고, 물 한병 손에 들고, 1시간 정도 걸리는 호수둘레길 산행에 나섰다. 노랗게 동산을 이룬 금계국이 초여름 한낮에 햇살을 받으며, 일렁이는 바람결에 걱정 한 스푼 날려 보내고, 조금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잔뜩 독이 오른 걱정, 헉헉대며 뱉어내는 숨소리에 또 한 스푼 내려놓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초록으로 물들어 가기 위해 있는 힘 모두 모아 호수에 물을 끌어들이며, 그늘진 여름을 선물하는 나무들. 남편 또한 한집안에 장남으로서 남겨질 후손들을 위해, 살아생전에 내손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기에, 저리도 온몸에 독이 번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뼛속에 남아있는 진액까지 끌어다 태우고 있다.


<추억에 버찌>   <물에 빠진 닭>

푸른 잎사이로 검붉은 버찌들이 따가운 초여름햇살에 알알이 익어 가고 있다. 추웠던 긴 겨울을 견디고 벚꽃으로 거리를 메우더니, 그 꽃 진 자리에 잎이 나고 열매가 달렸다. 검붉은 버찌를 손 안 가득 따서 달콤하기도 하고 때론 뜹뜰 하기도 한 그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입안 가득 털어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버찌물 범벅인 서로의 모습에 참 많이도 웃었었다.


그늘진 호수둘레길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걱정은 옅어져 갔으려나. 버찌가 참 맛있었는데 하고 그 시절로 달려가며, 남은 걱정 모두 호숫가에 던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은 결코 물고기 밥처럼 호수를 오염시키지는 않을 테니까.(물고기밥을 주면 호수가 오염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 다 비워졌기를 바라며 채우러 출발했다. 작년 여름에 갔던 설*들러 제법 더운 날씨였기에 시원한 인절미팥빙수로 땀을 식혔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기에 같은 건물에 있는 맛집 삼계탕을 한 그릇 포장해서 돌아왔다. 치킨이면 두어 조각 먹지만 물에 빠진 닭은 안 좋아하는 나는 폭탄계란찜을 해서 오랜만에 꿀맛 같은 저녁으로 나란히 해독제를 먹으며 입가에 미소를 운다.


"걱정은 독이다!"


나~~~~~~


"우리 모두에겐 해독제가 있다!"



책에서의 결말은,

옆에서 미소를 나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웃겠다고.


ps. 글쓰기를 항상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새아가. 책 재미있게 잘 읽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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