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Jul 11. 2023

어, 이 집 삼계탕 맛집이네!

돌아오는 화요일이 초복이라기에 닭을 파는 도매집을 들렸다. 여러 명에 아주머니들께서 작은 닭에 찹쌀과 마늘 대추를 넣어 다리를 솜씨 좋게 꼬아놓으신다. 집에 재료가 모두 있기에 닭만 사려고 하였지만, 주인장께서 삼계탕용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며 적극 권하신다. 결국 마음 약한 나는 말솜씨 좋은 주인장의 입담에 홀라당 넘어가, 뽀얗고 오동통한 닭을 4마리 사들고 왔다.


서둘러 한약재도 몇 가지 넣고, 펄펄 끓고 있는 커다란 냄비에, 우아한 척 다리를 꼬고 있는 닭을 다시 한번 씻고, 튀어나온 지방을 도려낸 후, 한 마리씩 살금살금 집어넣었다. 속에 넣은 찹쌀이 익도록 좀 더 오래 끓여야 한다는 닭집 주인장에 말대로 1시간이나 푸우욱 끓였더니, 뽀얀 국물이 우러나며 모양새는 제대로다.




주말이면 큰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는 딸네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일주일 내내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두 머스마 꼬맹이들을 돌보느라 녹초가 되어가는 딸을, 잠시라도 쉬게 할 요량으로 마련하는 자리다. 점심이 될 무렵 나에 손은 더 바빠진다. 6인용 식탁 위에 꼬맹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들을 올리고. 며칠 전에 담은 먹음직스러운 김치를 종류별로 담아 놓는다.


드디어 할머니를 목청껏 외치며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언제나 스마일맨인 초등학교 1학년 훈이가 맨 먼저 달려든다. 뒤이어 요즘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3학년 윤이도 덤덤하게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온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자마자 넓은 그릇에 삼계탕을 담고, 구수한 국물까지 담아 때깔 나게 초록파도 얹어 내놓았다. 물론 아직 한 마리가 버거운 꼬맹이들에게는 반마리씩 담고 잘 우러난 국물도 넉넉하게 담았다.




배고프다며 식탁에 앉은 훈이가 적당히 식혀놓은 국물을 한 수저 뜨더니 외치는 말. "어, 이 집 삼계탕 맛집이네!" 우리 모두 그 소리에 어찌나 킬킬대며 웃었는지, 먹기도 전에 행복에 빠져 버렸다. 그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으랴.  어떻게 1학년 짜리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까. 그러지 않아도 아들네 어여쁜 공주님과 왕자님들시도 때도 없이 생산해 내는 에피소드에 홀딱 빠져 사는데,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 훈이가 귀여워 물에 빠진 닭을 즐겨하지 않는 나는,  불린 찹쌀과 양파, 감자, 당근. 쪽파를 다져 넣어 끓인 닭죽을, 더없이 맛있게 먹었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이번에도 영어시험을 백점 받았다며 으쓱대는 꼬맹이들에게, 정해진 룰대로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이제 얼마가 쌓였다며 차곡차곡 모으는 재미를 알아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손자들의 커가는 모습에, 이 세상 모두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어떤 날은 아파서 달려가고. 어떤 날은 딸 대신 돌봐주러 달려가고. 어떤 날은 보고 싶어 달려간다.  갈 때마다 올 때마다 나에 에너지가 되고. 행복을 일깨워주는 손자들이 너무 고맙다. 부디 지금처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펼치며.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윤이, 훈이, 공주님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담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