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뜨끈한 콩나물국밥
나의 최애 맛집
비는 내리고 몸은 몸대로 널브러지고 뭐든 먹고살아야겠어서 즐겨 찾는 최애맛집 콩나물 국밥집을 찾았다. 누군가는 최애 맛집이 '겨우 콩나물국밥이냐!', 아니면 '콩나물국밥 좋지!' 하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조금이라도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는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콩나물국밥이 먹고 싶어 진다. 뜨끈하고 시원한?... 써 놓고 보니 먹어본 사람만 이해할 것 같다. 하지만 내편(남편)은 쉬이 배가 꺼진다며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비실거리는 아내분께서 먹고 싶다 하니 군말 없이 따라주어 완전 땡큐다.
자리에 앉으며 국밥 둘을 손가락 브이로 보여드리면. 파래가 적당히 섞인 김과 장조림, 배추김치, 깍두기가 한 상 차려진다. 뒤이어 새우젓과 다진 풋고추가 등장하며, 오래지 않아 수란과 보글보글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는 국밥이 나온다. 벽에 붙어 있는 안내대로 국밥을 먹기 전에 수란에 국물 6~7스푼과, 김을 3~4장 잘라 넣고 쉐키쉐키 섞어 비워진 속을 코팅해 준다.
거꾸로 자란다는 콩나물은 시중에 파는 콩나물보다 짧고 고소하며, 식감이 아삭하여 입맛을 마구마구 살려주곤 한다. 한두 해 전만 해도 가격도 착하게 6천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8천 원으로 올랐다. 안 오른 것이 없는 요즘 인정하며 맛있게 먹는다. 내편은 불어 터진 밥에, 콩나물만 많다며 좀 못마땅해 하지만, 여러 번에 토렴을 거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가 나를 설레게 한다.
콩나물에 효능은 익히 알겠지만 콩나물의 성분인 아스파라긴산이 숙취의 원인인 아스트알데히드를 분해시켜 숙취해소에 그만이고, 사포닌성분과 메티오닌은 간을 보호해 준다니 해장으로는 그만이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개선에 탁월하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경험했으리라. 그 밖에도 비타민C가 많아 피부건강에 좋고, 빈혈예방과 면역력향상에도 좋다. 하지만 찬 성질의 음식이라 뭄이 차가운 체질은 적당량 드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옆테이블에 젊은 처자들은 맛있다며 모주를 곁들인다. 모주란 막걸리에 대추, 계피, 흑설탕을 넣고 달인 술이다. 문제는 마구 마셨다가는 은근히 취하므로 해장술에 만취가 될 수 있다고 친절한 안내글이 경고를 하고 있다. 술은 못 먹어도 최상에 국밥맛을 보려 한다면, 국밥 위에 김을 한 장 올려 야무지게 먹는 것이다. 완전 꿀맛이다. 한 그릇은 부담스러워 덜어내 내편 앞으로 밀어주고, 국물만 조금 남기고 완뚝배기를 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살겠다고 먹은 내가 우스웠지만, 몇 봉지 안 남은 독한 항생제를 털어 넣고는 수제 초코파이를 추가로 사들고 나왔다. 이렇게 또 한차례 떨어졌던 입맛을 콩나물 국밥으로 채웠다. 장마로 연일 비는 내리고, 입맛도 없고, 맴도 꿀꿀한 날 콩나물국밥 한 뚝배기 잡솨보시는 거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