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난에서 벗어나려 애쓰시다가 말년에는 병원을 전전하다 떠나신 부모님.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자식이니 받아야 하고, 받았어도 마음이 아프고, 나는 어떻게 하고 떠나야 이런 심정을 내 자식에게 주지 않고 떠날 수 있을까. 내게 커다란 숙제도함께 남겨주셨다.
엄마께서 떠나시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엄마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가지와 이브자리들. 먼저 떠나신 아버지의 남은 짐들까지, 이제는 필요 없어진 서류들까지 모두 정리해야 했다. 몇 달이 지나고 상속에 관한 안내문이우편으로 왔다. 6개월 내에 모두 끝내야 하므로 우리 5남매는 다시 모였고, 그 결과가 통장에 찍혔다.
평생을 일만 하시느라 당신 입에 맛난 것 제대로 넣어본 적도 없으셨건만, 찍힌 숫자들에 울컥! 가슴에 뜨거운 울음이 요동친다. 꺽! 꺽! 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 정말 마지막인가. 받아 든 유산보다 이제 더 이상 잡아볼 끈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허전함만이 온 마음을 감싼다.
동그라미 하나하나에 부모님의 숨결이 있고, 고단함이 묻어나고, 때로는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그려진다. 가시는 순간까지 자식들 짐이 될까 마련해 놓으셨고, 그마저도 다 쓰지 못하고 가셨다. 무엇을 준다 해도 메워지지 않는 그리움에 목이 메고, 다시 볼 수 없음에 눈가만 붉어진다.
누구나 남겨지는 유산은 있기 마련이다. 살아계실 적 더 살펴드리지 못함에 죄스러운 이 마음, 곁에 있는 내 자식들에게 더 잘해줘야지 싶다. 내가 떠나도 마음 아프지 않게, 좋은 기억만 남겨지도록 더 많이 웃고, 행복한 추억들만 가슴에 남아 이 엄마를 기쁨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