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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Sep 01. 2023

그냥 주고 싶어서

마음도 이어지나요

딸이 출근을 하고 며칠 만에 갔습니다. 아이들 간식을 주고 났는데 마침 휴가 중인 사위가 웃으며 나와서는  딸이 지역신문에 실렸다며 핸드폰을 보여주네요. 출근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가족방 카톡창에 올렸습니다.

"우리 딸 글 잘 써서 올렸네

짝! 짝! 짝!

좋은 일 하느라 애썼구나.

우리 딸 자랑스럽네"


요 며칠 업무를 습득하느라  바쁘다면서도 경로당을 방문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웃음치료 이런 거라도 배워야 하나 하며 고민을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무슨 일을 크게 하는 것보다 우선 네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고 차츰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벌써부터 어르신들을 위해 무언가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그 마음이 참 예뻤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계셨더라면 우리 손녀딸이 와서 해주는 거라며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요양원에 가시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경로당에 나가시면서 오늘은 뭐를 만들고, 배웠다고 자랑을 하시곤 하셨었는데...


청장년층에 비해 평소 병원 방문이 어렵고, 건강·복지 관련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관내 경로당 14곳을 순회하며 지역사회 어르신을 위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한참 동안 더운 날씨에 외근을 많이 나가겠구나 싶어 안쓰러우면서도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기사까지 써서 보내다니 누구 딸인지 야무지구나 싶었습니다.


기본적이지만  ▲혈압‧혈당 측정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및 예방법 교육 ▲건강상태에 따른 맞춤형 식생활 지침 전달 ▲복지 위기 관련 도움 요청기관 안내 등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니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요. 어떤 것을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막상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공적인 부분에서 기안을 올려서 예산을 확보하고 그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걱정하지 않아도 뭐든 잘 해낼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한가로운 저녁시간 딸이 전화를 하더니 엄마, 아빠계좌번호로 첫 월급을 송금했다네요. 아니 한 달 치 봉급을 몽땅 주다니 그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냥 주고 싶어서' 라네요. 교통비에 점심도 매일 사 먹어야 해서 꽤 들 텐데 다 주고 어쩌려고 그러니 했더니 사위가 많이 벌어와서 괜찮다며 엄마, 아빠 드리는 거 사위와 아이들까지 모두 찬성을 했다네요. 이미 보냈다니 어쩔  없지만 통 큰 딸내미 때문에 할 말을 잃었네요.


딸아이는 우리가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기에 무척 알뜰하고 경제적 관념이 뚜렷하여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생댁이 아이를 출산하자 선물이라며 통 크게 산후조리원비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이번에 신차를 구입하면서도 딸과 아들이 같이 지원해 주었고요. 물론 우리도 노후자금이 지만 아아들에 그 마음이 고맙기만 합니다.


상담교사가 되어 계약직이기에 많지는 않지만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딸도 직장을 다니고 아들도 졸업 무렵이어서 큰돈 들어갈 일이 없으니 나름 여유가 있었습니다. 첫 달 월급에서 100만 원을 떼어 남편에게 주었습니다. 두 번째 달에는 딸에게, 세 번째 달에는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냥 주고 싶었습니다. 주고 나니 두고두고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잘했구나 싶습니다.


결혼 전 딸은 직장에 다니며 제게 값나가는 따스한 모피와 지금도 소중히 들고 다니는 명품백을 사주었습니다. 정작 본인은 변변한 가방도 없고, 값나가는 의류도 안 사면서 말이지요. 결혼하면 여유가 있다 해도 사주기 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제게 그런 통 큰 선물들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마도 통장에 잔고가 없다면 그런 여유는 없었겠지요. 언제든지 원하면 살 수 있기에 그다지 그런 것들에 의미를 두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딸을 더 알뜰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식이란 게 키울 때는 힘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내게 준 그 기쁨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성장하면서 오히려 의지가 되고 서로를 더 챙기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너나없이 동분서주하나 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여러분 모두가 행복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그런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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