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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Sep 21. 2023

그리운 그날의 별들에게

가을밤의 산책길에서

은빛 별이 홀로 외롭게 까만 밤하늘을 지키고 있습니다.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그대라도 볼 수 있으니 고맙구나 싶으면서도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이 수를 놓았던 어린 날에 밤하늘이 그립기만 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서늘해진 가을바람에 쑥향 가득했던 모깃불도 사라져 가고, 초가집 앞마당에 펼쳐진 멍석 위에 가만히 누워 바라보던 헤일 수 없이 많은 별들 속에 내 어린 날이 있습니다. 감자, 고구마 몇 알로 끼니를 때우던 날도 있었지만, 그 별들은 촘촘히 내 가슴과 마음에 내려앉아 풍요로운 저녁밤을 선물해 주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날에 별들이 그리워 풍경 좋은 리조트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잘 가꾸어진 골프장의 푸르른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밤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은빛 별들이 탄성을 자아내도록 무리 지어 빛나고 있었지만 어린 날에 그 별들이 그리워질 뿐이었니다. 별들이 밝혀준 밤들이 켜켜쌓아 올린 세월 탓인가요. 아니면 생각이 많아져서 일까요. 왜 그때 그 별들그리운 걸까요. 밤산책을 하며 모기 한 마리 없는 인위적인 환경에 쾌적함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오늘밤은 별들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이곳에서 지난날에 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채워 보려 합니다. 별빛보다도 더 강렬하게 어두운 산책길을 밝혀주는 가로등불을 벗 삼아 가을밤의 정취 속으로  걸어가 봅니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들이 은은하게 가을밤을 적셔주고, 스쳐가는 청량한 가을바람에 하루에 고단함을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휘황한 불빛들이 걸음걸음을 살펴주고, 정갈하게 심어진 정원수들이 불빛사이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오늘에 산책을 행복으로 물들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밤은 오고 은빛 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하늘가에서 빛나고 있을 테지요. 언제나 그곳에서 변함없이 밝혀주는 별빛들에게, 가을밤에 스미는 바람과 여릿한 풍경들 속에서  아직도 너를 못 잊어하노라 고백해 봅니다. 아련한 기억 저편에 유유히 흐르던 유성들 사이로 기다란 은빛길을 밝히며 순식간에 사라져 간 별똥별에게도 그대 역시 고향 같은 오랜 친구였음을 살며시 속삭여 봅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느 계절에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뿐이겠지요. 다만 그날그날의 풍경에 마음을 드리우며 살아가려 합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속에서 그 시절에 애잔함과, 순수한 마음들이 자라나던 그때를 떠올려본 가을밤에 느린 산책은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지나간 날들은 지나간 대로 세월 속에 묻어두고, 지금의 별들을 헤아리며 언제나 그대 곁에 있으려 니다. 비록 반짝이는 눈망울로 별빛을 따라가던 소녀는 세월 따라 가고 없지만, 꽃처럼 피었다가 하얀 씨앗으로 남아 그대를 보려 합니다. 하얀 나비가 되어 지지 않는 그대 곁에 가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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