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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Oct 11. 2023

갈대밭을 걸으며

몽당 빗자루

소슬하니 갈잎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한적한 갈대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긴 연휴의 마지막날 오고 가고 부산스러웠던 일상을 뒤로하고, 느긋함으로 분주했던 마음도 내려놓으며 바스락 거리는 갈대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파랗고 높은 가을하늘만큼이나 키도 훌쩍 자란 갈대들이 제 소명을 다한 듯 초록잎들은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고, 피어난 갈대마저 계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어져만 가네요.


봄이면 삐죽삐죽 돋아나던 싹들이 여름내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몸통을 키우고 길이로 자라나며 초록빛 갈대밭으로 많은 들에 길을 모으더니, 가을엔 제 소임을 다한 양 땅속으로 몸을 낮추며 긴 겨울에 시간 속으로 가려합니다. 집 앞 개울가에는 매년 갈대들이 피어나고 가을빛이 물들어갈 때쯤이면 갈대들을 뽑아 물에 삶아 말려서 솜씨 좋게 엮어 고운 빗자루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지요.


곱디고운 갈대빗자루는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잘 쓸리고 몽당비가 될 때까지 튼튼하여 아버지에 그런 솜씨가 자랑스럽기만 했지요. 아버지의 손바닥엔 옹이처럼 단단해진 굳은살이 박이고 그 어느 것도 못해내는 일이 없으셨으니 새벽부터 밤까지 사계절 내내 일 년 열두 달 쉬일 날이 없으셨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도 긴긴 겨울밤에는 돗자리를 만드시고. 가마니를 짜시며 그 희생에 길, 인내의 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흰구름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파아란 하늘가에는 아버지에 옅은 미소가 자리하고, 손잡은 엄마의 행복한 미소도 구름 속에 가리어집니다. 그리움에 바다는 흘러가는 구름 따라 끝 간 데 없이 퍼져가고, 유년의 시절 속에서나마 희미하게 잡히지 않는 추억으로 만나볼 뿐입니다. 가는 곳마다 보이는 곳마다 떠오르는 당신에 숨결, 이제 그만 놓아야 한다지만 순명처럼 지고 가야 하는 봇짐인 양 떨치지 못함에 다시 눈시울이 붉어질 뿐입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른 봄날에 가셨기에 겨우 7개월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모습이 옅어져 가기에 그때 쓴 글들을 열어 보았습니다. 좀 더 잘해드릴 것을 그저 안타까워만 했던 자신에게 화도 내보고 후회도 해봅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일임에도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정신을 가다듬으며 읽던 글을 내려놓습니다.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갈대밭에 가면 늘 떠오르는 이 노래에 쓸쓸한 마음을 올려놓으며 긴 연휴를 마무리해 봅니다. 또 새로운 날들을 만나며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가야겠지요.



숨어우는 바람소리 ㅡ 이정옥


http://www.youtube.com/watch?v=hNumkJK9oWQ


안산갈대습지

경기 안산시 상록구 갈대습지로 76


https://naver.me/xAZCx48T



2023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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