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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an 19. 2024

화려한 외출

항. 아. 리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본다. 꼼꼼히 화장을 하고 오랜만에 아끼는 반지와 목걸이로 한껏 치장을 했다. 옷은 무엇을 입을까. 늘 편한 옷만 입었지만 오늘만큼은 럭셔리하게 입어볼 작정이다. 작은 선물이 있기에 큼직한 가방에 담아 둘러매고는 과하지 않은 스키니 바지에 부츠를 신었다. 겉옷은 오후의 눈비예보에 한참을 망설이다 올해는 한번 입어줘야지 싶어 옷장에 모셔져만 있던 밍크코트를 꺼내 입었다.


아끼는 반지와 목걸이, 나에게는 힘겨웠던 시절의 아픔이 새겨진 다이아세트다. 결혼 후 빠듯한 살림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중2막내시동생까지 뒷바라지하며 살다 보니 어느 날은 쌀이 똑! 떨어졌다. 결혼한 지 1년도 안되었는데 혼자의 힘으로 식구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주말마다 들이닥쳐서 놀다가는 7남매 시집식구들로 인해 쌀독에 쌀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더 이상 가진 게 없다. 결국 결혼패물인 금목걸이를 팔아서 쌀을 사고 생활비로 충당했다. 몇 번 걸어본 적도 없는 결혼패물. 직장 탄탄하고 성실한 사람이니 설마 밥은 굶기지 않겠다 싶어 한 결혼. 그러나 너무도 빨리 결혼에 환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가고 현실의 고단함만이 자리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앞만 보고 억척스럽게 가난을 벗어나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애쓰다 보니 15년 만에 누구의 도움 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했다.


행운이 이어졌다. 서울에 남겨놓고 온 그 마당 깊은 집이 재개발이 되었다. 그 사이에 10여 년을 살던 아파트를 팔고 좀 더 큰 곳으로 이사를 하고 퇴직을 했다. 연금만으로 살아야 하는데 집이 2 채이다 보니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이 되어 망설이고 망설이다 처분했다. 팔고 나서 얼마 후 몇 십억으로 올라 속이 좀 쓰리긴 했지만  금액은 노후자금의 일부가 되었고, 아들 어학연수를 보내고 아이들을 조금씩 도와줄 수도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었는데 결혼패물인 목걸이를 팔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지 생각지도 못한 다이아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더니 결혼하기 전에 사주고 싶다며 값나가는 밍크코트와 명품가방을 사주었다. 또 아들과 며느리가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큼직한 명품가방을 사다 주었다. 이렇게 커다란 의미들을 담은 것들이 나에게 와주었다. 오늘만큼은 소중한 의미를 담은 것들로 마음껏 치장을 하고 호텔뷔페에 갔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 모임은 학생상담자원 봉사자 임원들로 함께 활동했던 선생님들이다.


이사를 가고 여러 가지 이유로 줄고 줄어 8명이 되었지만 10여 년 넘게  나와 유치원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만이 그만두고 모두 열심히 활동 중이다. 여전히 상담강의를 나가고. 카페를 운영하고, 후배들을 위해 멘토로 활동하고, 공부를 하고, 남편과 한의원을 운영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연장자인 상담실장으로 있는 김샘은 그만두고 싶어도 원장님이 같이 일하며 늙어가자고 놓아주지 않는다며 즐거운 하소연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 여행이라도 같이 가싶어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일 년에 한두 번 근사한 식사로 대신하곤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단칸방에서 시작하여 누구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기에 지금에 감사하며 나눔에 진심을 다하는 멋진 분들이다. 프랜차이즈 뷔페와는 다르게 음식종류가 좀 더 다양하고 예약 하며 부탁을 드렸더니 프라이빗한 공간에 넉넉한 동선과 편안한 의자, 비 내리는 뷰가 우리 모두를 더 고급지게 다.


식사가 무르익어갈 무렵 가져간 선물을 풀었다. 작지만 핸드백에 넣고 다니면 좋을 핸드크림을 예쁘게 포장하여 주었더니, 이샘은 해외에 다녀왔다며 핑크솔트를 주더니 이번에는 예쁜 꽃무늬 덧신을, 한의원을 하는 양샘은 지난번에는 한방소화제를 주더니 다이어리를 챙겨다 주고, 상담실장을 하고 있는 김샘은 VIP카드를 챙겨 와 부담스러운 가격을 알뜰하게 아껴주었다. 모일 때마다 서로 작은 선물들을 주고받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우아하고 세련된 우리들의 만남은 조용조용 여물어간다.




항. 아. 리

항상 아름다운 이들

모임명을 지켜가기 위해 아름다운 향기로 남기고자 봉사의 길을 멈추지 않는 선생님들의 고운 마음에 조금은 번거로워도 몇 년째 총무를 맡고 있다.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힘들었던 마음들을 토닥여주며 함께할 때면 우리 걸을 수 있는 날까지 함께 하자며 진심을 가득가득 담는다. 마음 설레며 달려온 항아리모임. 오늘도 행복 가득, 사랑 가득 채우고 헤어졌지만 카톡창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 갑진년 시작을 여유롭게 즐기고 와서 너무 행복합니다~♡ 오래도록 이 행복한 순간을 나눕시다.


따뜻한 덧신

향긋한 핸드크림

알뜰한 할인카드 등등

감사합니다~♡


반가운 항아리 자리를 함께 채워주신 소중한 우리.

행복 많이 주워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아리모임에 모든 샘들 볼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따뜻한 덧신선물과 핸드크림 등등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3월에 뵙겠습니다 ~♡


이렇게 저렇게 항상 챙겨주시고 돌봐주시는 따뜻함으로 원기충전 잘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2024년 새해부터 서로가 서로를 위한 마음 가득 담고 왔습니다. 덕분에 태워다 주셔서 편히 집에 와서 감사하고 선물도 감사해요

샘들 모두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저도 늦지 않게 도착했어요~

아이들 모두 하원하고 휴식하고 있어요~  낮에 잘 먹어서인지 힘든 것 빼고는 좋습니다~^^  선물도 감사하고 다이어리도 챙겨주신 마음 감사해요 ㅎㅎ. 잘 사용할게요~


오랜만에 다복다복 8명이 모여 정담을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언제 만나도 반가움이 배가 되고 오고 가는 인사에 활짝 웃을 수 있는 우리 항아리 식구들. 오늘도 완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안 밤 보내세요.


항아리 선생님들의 밤은 이렇게 사랑과 행복으로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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