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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an 14. 2024

이제 결혼식은 축제다

정은아 결혼 축하해!

한겨울임에도 꽃향기로 가득한 예식홀이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 있을 무렵 오늘의 첫 번째 주인공 신랑입장!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이 장내를 숨죽이게 다. 이럴 때면  일반적으로 경쾌하면서도 격식에 맞는 음악이 나와야 하건만 갑자기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 울려 퍼졌다. 뭐지 하는 순간 신랑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능숙한 춤솜씨를 한껏 뽐내며 하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마이크까지 들고 노래를 부르며 삽시간에 콘서트장이 되었다. 다 함께 일어나 몸을 흔들고 체면 따위는 잠시 곱게 접어 의자 밑에 내려두고 양가 부모님들까지 들썩들썩 한바탕 댄스타임이 이어졌다. 뒤이어 신부 또한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과하지 않게 살랑살랑 춤을 추며 입장을 다.


여기는 대한민국 한복판이다. 외국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슬금슬금 달라져가는 결혼식 풍경. 초대되어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결혼식이 펼쳐질까 기대가 되곤 다. 요즘은 자녀들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욱더 색다른 모습 마주하곤 다. 몇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드레스와 연미복을 차려입은 가족들의 출현으로 예식도 하기 전에 갑자기 파티장이 되어버리기도 했었다. 새파란 잔디 위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자유롭게 가족과 하객들의 환호 속에 입장하던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어느샌가 주례 없이 결혼식이 진행되는 경우는 이미 다반사가 되었고, 양가 부모님들께서 덕담을 해주거나 노래와 악기를 연주하기도 다. 이러한 광경은 크게 놀랍지도 않고 일반적인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 성스럽게 진행되던 성당결혼식에서 갑자기 신부가 멋들어지게 MZ세대 다운 노래로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에 다 같이 열광했던 기억도 있다. 그뿐인가. 요즘은 양가 어머니들이 촛불점화를 한다면 그럼 아버지들은? 오늘은 신랑과 함께 부자가 손을 흔들며 하객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조카 두 명이 40이 넘었음에도 미혼이다. 물론 자기 일을 하며 멋지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십 중반이 되어가는 큰 조카는 결혼을 안 하겠다는 소리는 없지만 작은 조카는 비혼을 선언하며 더 이상의 관심을 차단해 버렸다. 그럼에도 달라져 가는 결혼식을 볼 때마다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다. 그날도 절친의 딸이 우여곡절 끝에 급하게 결혼식을 하게 되었는데 눈은 펑펑 내리고, 길은 얼어버리고 최악의 조건이었다. 걱정이 한가득인 친구에게 '눈 오면 잘 산다더라' 덕담을 해주곤 전철과 기차와 택시를 타고 참석했다.


친구와는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지만,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친구의 동네친구들은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만난 적이 없었다. 50여 년 만의 만남이다. 먹고살기도 어려웠던 시절, 우리 동네만 해도 절반인 6명만이 중학교에 들어갔고 다시 절반인 3명만이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다. 그나마 뒤늦게 대학을 나온 사람은 나하나뿐이다. 그러니 얼마나 궁금하던지. 그 아이들은 어찌 변했을까 올망졸망 작은 키에 시골 땡볕에 까무잡잡했던 아이들.  


결혼식이 끝나고 부모님은 오래전에 가셨으니 친구 오빠들께 인사도 드리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서로본다 해도 그때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을지 모르기에 혼주인 친구가 온 후에야  만나게 되었다. 모두 60이 훌쩍 넘어 세월의 덮개들이 내려앉았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모습에 어찌나 반갑던지. 어머어머 얼굴에 너 뭐 한 거야. 너무 예뻐졌어! 에고 난감해라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아침부터 마사지하고, 미용실 다녀온 보람이 있는 걸까. 고마워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 원래 예뻐!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다.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는 친구들, 붐비는 하객들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세월의 옷을 입은 친구들과의 깜짝 만남은 설레는 순간이었다. 식을 마치고 내려온 신랑 신부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마음이 몽골몽골 해지던지. 돌고 돌아 두 사람이 하나로 맺어지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만큼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서로를 신뢰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힘든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함께 하게 되더구나. 둘이 하나 되었으니 너의 소망대로 또 셋이 되고 넷이 되는 그날까지 화목한 가정 이루기를 기도할게. 

정은아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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