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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2시간전

반찬도 만들고 글도 쓰고

알배기배추김치. 햄김밥, 미역냉국

어학사전에 따르면 에세이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듣고 본 것, 체험한 것, 느낀 것 따위를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산문 형식의 짤막한 글."이라 합니다. 그런 에세이 위주의 글을 좋아하고 쓰기도 하며 에세이스트가 되려 게으르지 않게 쓰고 있습니다. 픽션보다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그중에서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요리를 하며 리얼로 펼쳐지는 배우들의 좌충우돌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잔잔한 그 모습들을 너무 좋아하는 시청자입니다. 물론 재미를 위해 적절하게 편집이 되었겠지만 운동경기처럼 온몸을 불사르듯 대결하거나 갈등이 없어, 보는 내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하거든요.


드디어 '서진이네 2' 서진뚝배기가 방영되기 시작했어요. 열일 제치고 티브이 속으로 들어가 웃느라 그 시간엔 누가 불러도 대답도 안 니다. 새 멤버도 영입되고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활약에 혼자 신이 났습니다. '윤식당'도 빠짐없이 보았고, 차태현, 조인성이 활약하는 '어쩌다 사장'도 실실거리며 보다가 눈물도 찔끔거리곤 했지요. 무엇인가 그 어설픔이 주는 진실성이 마음에 와닿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곤 하거든요.


벌써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진이네 2, 그것이 문제가 아니네요. 원조격인 삼시세끼가 10주년 기념으로 계획한 프로그램에 차승원 유해진에 이어 요즘 핫한 임영웅이 합류한다 하니 벌써부터 그들의 활약상이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아직 모든 일정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늘 동료들을 위해 어떻게든 식재료를 구하려고 애쓰던 유해진, 없으면 없는 대로 또는 구해온 재료들로 뚝딱뚝딱 한 끼를 만들어 내던 차승원, 초대된 게스트들의 활약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 삼시세끼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제발 나를 찾지 말아 달라고, 말도 걸지 말라고 미리 광고라도 해야 할까 봐요.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오늘의 반찬을 만들어 봐야겠지요. 올봄에는 배추값이 만만치가 않았지요. 값이 좀 내리려나 했더니 꼼짝을 하지 않으니 눈치만 보다가 장마가 와 버렸어요. 김장김치보다는 아삭한 햇김치를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 노랑노랑한 알배기배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격도 착한 알배기배추 8 포기를 사들고 와서 얼른 4쪽으로 잘라 천일염 2컵으로 절여주었어요.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속을 준비해야겠지요. 찹쌀풀을 쑤고, 당근 반 개와 커다란 무를 3분의 2 정도 채 썰고, 미나리 한 줌, 쪽파두줌, 대파 4대를 배추가 작아서 모두 조금 짧게 썰어 주었습니다.


다음은 사과와 양파 한 개씩을 믹서기에 갈아서 양념이 지저분하지 않게 즙만 짜주었어요. 나머지 재료로 불린 통고추와 생강, 마늘, 새우젓 3스푼과 멸치액젓 5스푼, 매실진액 3스푼을 넣어 갈아서 준비합니다. 3시간 동안 적당히 절여진 배추를 씻어서 건져 놓고 우선 채 썬 무에 고춧가루 2컵을 넣어 색을 입혀줍니다. 다음으로 갈아놓은 양념과 찹쌀풀 등을 모두 넣고 버무리며 부족한 간은 감미료와 소금으로 맞춰줍니다. 이제 적당히 절여진 알배기배추에 켜켜이 속을 채워줘야겠지요. 연하고 아삭하니 금방 먹어도 맛있네요. 오래 두고 먹을 것이 아니라서 심심하게 했더니 한 끼에 한 접시를 다 먹어버렸어요.




오랜만에 가끔 해 먹으면 맛있는 아니 언제 먹어도 맛있는 햄김밥을 해보겠습니다. 주재료는 물론 김과 햄이겠지요. 우선 밥을 햄 200g 2개(8조각) 기준으로 3인분만 했어요. 200g 햄을 4등분 해줍니다. 200g 통은 절대 버리지 마시고 깨끗이 씻어주세요. 식구가 많으니 340g 큰 햄도 7등분으로 잘라서 끓는 물에 모두 데쳐서 불순물과 짠맛을 빼주었어요. 깨끗이 씻어 짜지 않은 맛간장 1스푼과  맛술 1, 올리고당 1, 들기름 반스푼을 넣어 한 장 한 장 뒤집어가며 약불에서 살짝 졸여주세요. 김은 햄 크기에 맞추어  반으로 잘라주세요(햄이 8장일 경우 간장은 반스푼 정도만 넣어주세요. 좀 짭조름했어요).


이제 함께 들어가는 재료들로 계란 지단을 도톰하게 부쳐서 햄크기로 잘라주고, 상추와 치즈도 반으로 잘라 크기를 맞춰줍니다. 배추김치는 소를 모두 털어내고 역시 햄크기로 잘라 꼭 짜서 들기름과 올리고당을 조금만 넣어 국물이 생기지 않도록 빠르게 볶아주세요. 매콤한 것을 좋아하신다면 고추장과 고춧가루도 넣어주시면 맛있겠지요. 이렇게 해서 재료준비는 끝났어요. 다 된 밥을 양푼에 담아 훌훌 시키면서 참기름과 참깨, 소금을 조금만 넣어서 비벼주시는데 야외로 가실 거라면 식초와 설탕도 조금 넣어주시면 금방 상하지 않는다는군요.


이제 예쁘게 말아서 썰어주는 것이 관건인데요. 씻어놓은 햄통 안에 김의 전장 크기로 투명랩을 잘라 넣어주고 밥 한수저를 뭉쳐서 맨 밑에 깔고 꼭꼭 펴가며 눌러주세요. 그 위에 계란, 김치, 햄, 상추, 치즈 순으로 올리고 다시 밥을 올려 꼭꼭 누루다음 랩을 모아 다시 한번 누른 다음 살금살금 잡아당겨 빼주면 그대로 나올 거예요. 이때 살며시 랩만 펼치고 자른 김을 2면에 올려서 붙인 다음 부서지지 않도록 돌려가며 4면 모두 붙여주면 조금 김이 남는데 그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밥풀로 단단하게 붙여주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만든 김밥은 썰지 않고 그냥 통째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지만, 손자들은 6 도막으로 썰어주니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요.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한 번만 해보면 자주 해 드실 거예요. 재료도 햄만 있으면 그냥 있는 거 아무거나 다 으셔도 맛있어요.




마른미역은 미역국을 좋아해서 언제나 떨어지지 않는 식재료 중의 하나입니다. 마트에서 냉국용 미역을 사거나 저처럼 집에 있던 미역으로 해도 괜찮아요. 먼저 미역 30g을 물에 1시간 정도 불려주었어요. 충분히 불려진 미역끓는 물에 아주 살짝만 넣었다가 뒤집어서 건져 바로 찬물에  헹궈주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미역국이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 이제 굵은 미역줄거리는 제거하고 먹기 좋도록 작게 작게 손으로 찢어가며 씻어주세요. 다음에는 오이 한 개를 곱게 채 썰어주고, 당근은 색감을 위해 조그만 채 썰어줍니다. 쪽파도 쫑쫑 썰어주고 다진 마늘 한 스푼과 재래간장 1스푼,  볶은 소금 1스푼, 설탕 1스푼, 고춧가루 1스푼을 넣어 조물조물 해준다음 간이 배고 시원해지도록 냉장고에 넣어두었어요.


식사준비가 거의 다 되고 밥을 푸기 전에 꺼내어 생수 6컵(1컵 150ml)부어준 거 같은데 왔다 갔다 하다 숫자를 그만 잃어버렸어요. 어쨌든 미역양을 보면서 2배 식초 2스푼과 싱거울 경우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통깨 1스푼 넣어준 다음 얼음 몇 조각을 넣어주면 시원한 오이냉국 완성입니다. 더운 날 끓이지 않고, 재료도 간단해서 해 드시기 편리하겠지요. 신선한 파프리카를 곱게 채 썰어서 넣어주시면 식감도 건강에도 좋겠지요. 냉면기에 넉넉하게 담긴 미역냉국을 밥까지 말아먹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세 가지 중에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손이 가서 해보기가 좀 그런 것도 있고, 햄김밥처럼 꼭 한번 해서 먹어 보고 싶은 것도 있을 거예요. 도 그래요. 음식도 그런데 글을 쓰면서 어떤 바람이 왜  없겠어요. 물론 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이 주이지만 가끔은 글을 써서 투고를 해보기도 하는데 그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며칠 전에도 채택이 되어 책자에 실린 글을 받아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과 글 쓰는 맛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요즘은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서 책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겠더라고요.


오래 글을 쓰다 보면 글도 많이 모아지고 무엇인가 결실을 맺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오겠지요. 그때 해보면 좋겠다 싶어요. 누구든지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러다 그 분야에 빠져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럼 좋아하는 일을 찾고 도전하고 부딪쳐 봐야겠지요. 난데없이 밥 짓다 글을 쓰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인생은 금방입니다. 나의 인생주기에 맞추어 또는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사는 맛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늘 바쁘고 힘들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이 오늘도 더없이 행복합니다. 우리 같이 행복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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