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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l 13. 2024

매일 삼시세끼를 다 주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마파두부덮밥, 가지나물, 감자샌드위치,

장마가 온다고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사다가 쟁여놓았어요. 아무래도 연일 비가 내리면 호박, 오이가 꽃을 피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  상추, 파들도 자칫 물러버리면 손쉽게 사기도 어려울  같아서요. 그렇다고 한없이 사다 놓을 수야 없지만 그래도 얼마간 먹을 수 있는 호박, 오이, 무를 사다 키친타월로 말아서 저장하고, 파도 썰어서 냉동시키고, 매일 먹는 양상추도 몇 포기 사다가 적당히 수분을 날려 키친타월로 말고 비닐에 담아 장마대비를 마쳤답니다.


문득 굳이 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먹는다고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먹거리들도 많은데 왜 럴까 싶기도 하지만 아는 게 병이라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게 되네요. 그래도 이참에 우연히 다른 대안(?)찾게 되어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근처에 대기업단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관련된 업체들이 또 많겠지요. 위층에는 사무실들이 있고, 기숙사까지 있는 새 건물 지하에 밥집이 생겼어요. 외부인도 갈 수 있는 구내식당 같은 곳이라네요. 후기를 찾아보니 맛도 가격도 착하다며 호평 일색입니다. 궁금한 것은 못 참으니 가봐야겠지요. 처음부터 혼자서 가기는 멋쩍어 후기가 매우 좋다며 꼬드겨서 같이 손잡고 갔지요.


입구에 식권발권기가 있고 내부는 생각보다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일단 조용하고 깔끔해 보이는 모습에 플러스 점수를 주었어요. 밥은 흰밥과 잡곡밥이 있고, 반찬도 집밥처럼 기름지지 않고 간도 적당하니 맛이 있었습니다. 그날의 주메뉴는 닭고기조림이었는데 야채 일절 없이 양념에 닭고기만 졸였는데도 엄청 맛이 있었어요. 역시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중간쯤에는 각종 샐러드와 야채들이 한가득 쌓여있고 한강처럼 라면기도 설치되어 있어 국이 내키지 않으면 셀프로 끓여 먹어도 딱 좋겠더라고요. 한 달 식단표가 있으니 가끔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연일 장마로 꿉꿉한 날씨였는데 오랜만에 좀 특별한 맛이 느껴지는 반찬이 없을까 고민하다 두부가 듬뿍 들어가는 마파두부(3인분)를 선택했어요. 나이 들수록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는데 기름진 고기를 멀리하는지라 만만한 것이 두부, 계란인데요. 마침 두반장도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기에 오늘은 덜 기름진 간 돼지고기목살을 넣고 맛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주재료인 두부 1모 (430g)를 깍둑 썰어 끓는 물에 데쳐주고, 목살(200g)은 생강, 소금 한 꼬집과 후추로 밑간을 해두었어요. 이제 양념을 시작해 볼까요. 식용유 2스푼을 두르고 쫑쫑 썬 대파를 넣어 파기름을 내주다 맵찔이라 고춧가루 1스푼만 넣어 고추기름을 내주었어요. 바로 밑간 해둔 고기를 넣고 볶으며 맛술 1스푼과 잘게 썬 양파 반 개와 다진 마늘도 1스푼 넣어 볶아줍니다.


이제 두반장 2스푼과 굴소스 1스푼을 넣어 볶아주면 양념장이 다 되어 가는데요. 잘 볶아진 양념에 물 200ml를 붓고 끓이다 데쳐 놓은 두부를 퐁당 넣고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저어줍니다. 좀 물기가 많은 것 같지요. 그럼 안되지요. 감자전분을 풀어서 조금씩 뿌려주면 걸쭉해지면서 먹음직스러운 마파두부가 마무리되어 갑니다. 그런데 그 맛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딩동댕! 역시 함께 요리하다 보니 도사가 되셨군요(요 버전은 중국어를 맛깔스럽게 전파하고 계시는 소오생 작가님 버전이었습니다). 맞아요. 설탕입니다. 반스푼을 넣어주니 해결이 되네요. 싱겁다 싶으면 굴소스를 더 넣으면 겠지요. 이제 적당한 접시에 밥을 푸고 한쪽에 마파두부를 올리고, 계란프라이를 반숙으로 하여 올려줍니다. 여기까지 하면 섭하지요. 참기름 몇 방울과 남은 파 올려주고 깨소금을 뿌려주면 근사한 마파두부덮밥 완성입니다. 두반장 때문에 적당히 매콤했고요. 하오 러(맛있었습니다). 마파두부는 중국어가 제맛이네요.




가지는 쪄서 무치거나 볶아서 먹는데요. 오늘은 가지 3개를 준비해서 무쳐볼게요. 깨끗이 씻어 옆으로 반을 가르고, 3 도막으로 잘라서 냄비에 넣고 물을 2컵 정도 넣어 살짝 쪄주었답니다(끓는 물에 데쳐주거나 채반을 깔고 김 올려 쪄주어도 됨). 너무 무르기 전에 꺼내어 스치듯 찬물 샤워 후 식혀주었어요. 그사이 양념을 만들어 볼게요. 쪽파를 쫑쫑 썰고, 마늘 작게 1스푼에 양조간장 1스푼, 깨소금 1스푼, 들기름 반스푼 조금 더 넣어주고 고춧가루 한 꼬집만 넣어주었어요.


이제 적당히 식은 가지를 먹기 좋게 찢어서 살짝 짜주세요. 그래야 무쳐도 물기가 덜 생기겠지요. 적당히 짠 가지에 양념을 넣어 무쳐주시면서 싱거울 경우 소금을 추가하면 끝입니다. 쉽지요. 가지는 물렁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어려서부터 먹고 자라서인지 가끔은 이 방법으로 해 먹곤 합니다. 요즘 요리법도 다양하고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를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하니 입맛에 맞는 방법으로 해 드시면서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수미감자를 2박스나 샀어요. 감잣국에 감자반찬들을 해먹기도 하지만 매해 감자샐러드를 몇 번씩 해 먹곤 합니다. 먼저 감자 8개를 껍질을 까지 않고 30분 정도 삶았어요. 그래야 물기도 덜 생기거든요. 잘 삶아진 감자를 껍질을 까서 잘게 부숴줍니다. 너무 양이 많아서 방망이로 찧었더니 찐덕해져서 인절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얼마 있음 돌아오는 내 생일에는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감자떡을  해 먹어야겠어요. 


그건 다음이고 나머지 야채들도 준비해 볼게요. 계란 4개를 삶아서 노른자를 분리해서 흰자만 다져주고, 오이 1개와 당근 반 개 정도, 일전에 담가둔 오이피클 20쪽 정도를 꺼내어 곱게 다져줍니다. 오이와 당근은 설탕 1스푼을 넣어 절여주고 다진 오이피클을 꼭 짜서 넣어주면 간이 되어있어 맛이 있습니다. 옥수수통조림도 물기가 없도록 모두 꼭 짜서 넣어야 합니다. 설탕에 절인 오이, 당근도 그렇고요. 양파 한 개도 다져서 물에 담가 매운 기를 빼고 짜서 양푼에 모두 담아주었어요.


준비된 모든 재료를 섞어주면서 엄청 들어가는 마요네즈 8스푼과 허니머스터드 4스푼과 소금 반스푼과 꿀 1스푼을 넣고 버무려줍니다. 남은 노른자는 강판에 갈아주면서 파슬리가루도 솔솔 뿌려주고,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려서 버무려주면 완성입니다. 각자 입맛에 따라 소금과 설탕을 추가해 주시면 되겠지요. 버터롤빵을 사다가 반으로 잘라 감자샐러드를 듬뿍듬뿍 넣어서 먹으면 담백하니 적당히 씹히는 그 맛을 다 아시려나요.




집밥처럼 똑같을 수야 없겠지만 실버타운이 아님에도 요즘 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예전에는 고급아파트의 기준이 헬스장, 수영장. 실내골프연습장 등 커뮤니티를 잘 갖춘 곳이었다면 요즘은 식사제공이 되는 아파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군요. 이제 조식뿐만 아니라 중. 석식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니 장마가 오든, 가뭄이 오든 신경 쓸 일이 뭐 있겠어요. 더구나 수도권에 이어 지방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라니 세상이 너무 빠르게 진화되어 가는 탓에 놀랍기만 합니다. 배달앱으로 집에 앉아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것은 이미 그렇다 치더라도 똑같은 아파트 속에 있다가 때가 되면 나와서 밥을 먹고 들어간다는 상상을 해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네요.


그럴지라도 각자의 형편에 따른 선택이겠지만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맞벌이인 경우 한 가지 반찬을 만들자면 각종 재료와 양념들을 구비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에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가끔은 힘들고 어려울 때면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날 모든 것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아끼는 식재료들과 음식을 준비하며 느끼는 그 감정들이 있거든요. 이 반찬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고, 이 반찬은 누가 좋아하고, 맛있게 먹어줄 가족, 친구, 지인들을 생각하며 혼자 설레고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는데 그런 즐거움은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까요.


드디어 이넘에 주방에서 탈출하나 보다 신이 났다가도 막상 그런 시절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 됩니다. 어쩌다 한두 끼 정도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매번 남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좋아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엄마반찬. 아빠반찬, 할머니반찬은 어디 가서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 오기 전에 힘내서  열심히 밥상을 차려볼까요. 매일 삼시세끼 준다는 말에 잠시 솔깃해 보았는데 지금 내가 만든 이 반찬이 특별하게 더 맛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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