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Jul 20. 2024

반조리식품을 식탁에 올리며

낙지볶음, 순두부찌개, 소곱창전골

어느 날 비어있던 아파트상가에 노란 간판을 달고 장을 봐주는 가게가 오픈했습니다. 밴드를 통해 주문하여 직접 가서 가져오는 시스템으로 공동구매마켓 일명 공구마켓입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장을 봐야지 누가 봐준다는 것인지 별로 내키지 않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 요즘 많이 성행하고 농수산물직거래 카페를 알게 되었습니다. 막상 가입하고 보니 박스단위이고 직거래임에도 품질은 괜찮을지 몰라도 가성비적인 면에서 만족스럽지가 못했어요.


그래도 가입했으니 몇 가지 농산물들을 사보기도 했지만 운이 없었는지 홍보와는 달리 흡족하지가 않았습니다. 카페마다 다르겠지만 또 다른 직거래카페를 통해 과일을 구매해 보기도 했는데 다 물러져 와서 실망하기도 요. 차라리 이럴 거면 택배비도 아낄 겸 집 앞에 있는 곳에 가입해서 한 가지씩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한 보름이나 되었을까요. 그야말로 오만 잡다한 물품들을 밴드에 시시 때때로 올려주는데 사고 싶고 먹고 싶게 합니다. 대충 헤아려봐도 벌써 엄청 사들인 것 같아요.


먹거리 위주로 샀는데 쭈삼불고기, 콩국수가루, 낙지볶음, 우거지된장국, 쌀국수, 소곱창전골, 순두부와 순두부양념소스, 치즈케이크, 망고바, 어묵탕, 유부초밥. 김밥재료세트, 사과, 수박, 신비복숭아등..... 여하튼 많이 샀어요. 그중에 몇 가지를 만들어 보면서 그 맛이 어떤지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가끔 이런 식품들을 사다 드시는지 모르겠지만  먹어보셨다면 맛이 어떠셨나요. 그 의견들도 궁금해지네요.




일명 불맛낙지볶음이라네요. 글쎄요. 집에서 레시피대로 하면 불맛이 날까요. 상술인걸 알지만 일단 한번 먹어보기로 합니다. 밀키트 제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포장된 비닐을 자르니 대충 보아도 적은 양의 손질된 낚지와 야채, 고추기름, 양념장이 나옵니다. 이제 밴드에 올려진 레시피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식용유를 한 스푼 두르고 동봉되었던 야채(양배추, 당근, 호박 몇 조각)를 다시 한번 씻어 볶아줍니다. 살짝 익었다 싶을 때 고추기름과 낙지도 씻어서 넣고 볶아주다 집에서 추가로 준비한 호박, 양파 1개, 파 일부를 넣고 볶으면서 양념장을 부어줍니다. 앗! 익숙한 이 향기, 라면수프향이 솔솔 풍깁니다. 어쩌겠어요. 골고루 볶아준 후 남은 파 올리고 참기름 한 바퀴 두르고 통깨 솔솔 뿌려주며 완성했지요. 


야채를 추가해서 볶아서인지 수프맛은 사라지고 국물이 흥건하여 감자전분 반스푼 넣어 농도를 맞춰주었어요. 그것보다 비주얼은 그리 안 매워 보였는데 청양고추가 들어갔는지 불맛은커녕 너무 매워서 좋아하는 야채라도 먹으려고 듬뿍 넣었다가 침만 흘렸네요. 생각보다 낙지 양도 너무 적어 가성비적인 면에서 재구매는 어려울 듯싶어요. 차라리 낙지 서너 마리 사다가 야채 넣고 양념장을 내 입맛대로 뚝딱 만들어 넣으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편하게 살아보나 했더니 쉽지 않네요. 어쨌든 큰 접시에 담은 후 통깨 솔솔 뿌린 낙지볶음을 좀 맵다 하면서도 다 먹어줘서 고마웠답니다.




식재료는 가끔 해 먹는 인데요. 이곳에서는 같은 브랜드 제품임에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 공동 구매하여 파는지 몰라도 마트보다 저렴합니다. 순두부와 순두부양념소스입니다. 몇 가지 야채와 계란 한 개면 금세 뚝딱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전에는 간 기를 사다가 직접 양념을 만들어서 먹기도 했지만 자주 해 먹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애써 만든 양념을 버리게 되더라고요. 매번 만드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여 사다 먹기 시작했는데 중요한 것은 식구들도 어느새 밖의 음식에 익숙해지며 거부감 없이  먹게 되었다는 것이지요(양념을 직접 만들지 않으니 제 맘대로 반조리식품으로 분류할게요).


이제 만들어 볼까요. 먼저 순두부 양념소스 뒷면에 있는 레시피대로 양념을 잘라서 적당한 뚝배기에 부어주고 물은 200ml인데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 150ml만 넣었어요. 잠시 끓어오르면 순두부를 점선대로 잘라 넣어주고 수저로 크게 크게 잘라줍니다. 절대 뭉개면 아니되옵니다. 들어갈 야채로는 호박  도막과 양파 반 개 정도를 썰어서 넣고 끓여줍니다. 이때 쫑쫑 썬 파와 팽이버섯을 넣고 마지막으로 후추와 참기름 몇 방울 둘러주고 계란 한 개를 살그머니 올려주면 보글보글 맛있는 순두부찌개 완성입니다. 한수저씩 듬뿍듬뿍 떠서 밥에 올려 호호 불며 먹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끓여낼 수 있고 익숙해져 버린 맛이기에 이제 호불호도 없어요. 다만 야채를 좀 더 추가하고 때로는 양념을 반만 넣기도 합니다. 이런 제품들이 시중에도 꽤 많아지고 있지요. 마파두부양념소스,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등등. 어쨌든 어떤 것을 먹고 안 먹고는 각자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소곱창전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음식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기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마트에서 밀키트 제품을 사다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부산물인 곱창이나 양, 천엽등을 판매하는 정육점도 많지 않다 보니 직접 해 먹는 것은 쉽않을 것 같아요. 레시피에 의하면 야채를 추가하여 충분히 끓여서 먹으라 했으니 반조리식품이라 우겨볼게요. 용량은 1kg이라 적지 않은데, 익숙한 브랜드가 아니라서 망설였지만 현란한 홍보문구에 혹하여 구매했어요. 더구나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지라 일단 한번 사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깊은 냄비나 소태팬에 내용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추가되는 야채로는 숙주 한주먹과 대파, 두부를 넣고 후추도 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냄비에 라면 반 개를 삶아서 올리고 약간 크고 넓은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올렸습니다. 크게 맵지는 않았지만 간이 맞고 괜찮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찜찜하게 만드이 기분은 무엇일까요. 비주얼이 너무 기름져 보여서 아무래도 재구매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안 좋아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역시 그릇을 싹 비워주니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먹은 것도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것들도 냉장고의 한자리들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도 잠시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사던 것과 달리 이제 사지말자로 정신을 차렸거든요. 그렇다고 아주 끊어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공구이다 보니 믿을만한 제품들을 저렴하게 또는 신선하게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다만 무분별하게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을 사들여서 식탁에 올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갈수록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밀키트나 반제품, 완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곳에 어떠한 내용물들이 들어가 있는지 살펴보고 재량껏 선택하여 좀 더 간편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또 필요하게 되네요. 밥 해 먹고살기도 진짜 쉽지가 않네요. 예전에는 별다른 것 없이 담근 된장에 시래기 한주먹만 넣고 끓여도 맛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갖 것을 다 넣고 끓여도 씁쓸하다며 수저를 놓으니 음식 만드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MSG가 괜찮다 하여도 냉큼 사서 넣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해서 산 *두, 요즘 유행하는 코인육수등 호기심에 사들였거든요.


어느 요리전문가가 말하더군요. 사용하되 마지막에 무엇인가 조금 부족하다 느낄 때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요. 분명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무분별하게 처음부터 넣게 되면 자꾸 더 넣게 될 것이고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원재료에서 나오는 그 맛이 묻히게 될 수도 있겠지요. 결론은 어느 제품이든 선택은 주부의 몫이고 그에 따른 판단은 가족의 건강한 식생활과 연결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그른 것은 아닙니다. 좀 더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맛을 내고자 노력하는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 선택이 있을 뿐인 것이지요. 믿고 먹을 수 있는 밀키트, 반제품, 완제품들로 정짓간의 고단함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 반조리식품

# 공구마켓

# 낙지볶음

# 순두부찌개

# 소곱창전골

이전 25화 매일 삼시세끼를 다 주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