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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3. 2023

암은 아니라고 했는데...

5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아침운동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리시버를 타고 전화가 들어왔다. 아침부터 오는 전화는 항상 나를 긴장하게 한다. 혹시 독감에 걸린 훈이가 아직도 열이 나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받았다.


ㅇㅇ병원인데 지난주에 받은 조직검사가 나왔는데 내원을 하셔야 합니다. (이건 뭔 소리)


아~  지난번 피검사결과처럼 문자로 보내주세요.


아니요. 오셔서 의뢰서를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왜 검사결과가 안 좋은가요?


네.      


.......


진료 예약해 드릴까요?


아니요. 다시 전화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들어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여느 날처럼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못 먹을  같아서 내 몫은 조금만 담았다. 이제 덜덜 떨리다 못해 머리까지 아파와 입술을 악물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겨우 아침 밥상을 차렸다.


아~ 어쩌지.

당장 딸이 발령을 받아서 출근하면 윤이, 훈이를 오며 가며 돌봐줘야 하는데. 적어도 두 꼬맹이들이 중학생은 되어야 스스로 뭐라도 챙겨 먹고 할 텐데 그것이 제일 걱정되었다.


낼모레면 양양에 사는 아들이 집에 온다는데 먹을 것도 준비해야 하고. 또 아들이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오면 다시 양양으로 발령받을 기간 동안 몇 달 정도 손녀딸을 돌봐줘야 할지도 모른다 했는데... 

그뿐인가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마지막길을 내손으로 보내드리고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5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그 짧은 시간에 우리 세 꼬맹이들 걱정과 시어머니 생각으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떻게 밥을 먹었을까.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남편이 알면 괜스레 밥도 못 먹고 걱정할까 봐,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말해줬다.

"분명히 암은 아니라고 했는데"    

하며 낯빛이 어두워졌다. 


병원에 예약전화를 했다. 설거지를 마치서둘러 40분 만에 내과 앞에 도착했다. 아침에 통화한 환자인 것을 확인한 간호사님은 잠시 후 진료실로 안내했다. 내시경을 하며 찍은 사진들이 모니터에 가득하다.


지난번에 보았던 곳을 가리키며 양성 선종인데 조직검사결과 큰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크기가 작지만  이것을 언젠가는 도려내야 한다며 대학병원을 권했다. 남편은 또다시 확인을 했다.


"암은 아니죠"  


"아닙니다"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내과원장님이 권하신 교수님과 내가 급하게 검색하며 생각한 대학병원 내과교수님과 일치하여, 바로 한 번도 진료를 받은 적 없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예약이 이루어졌다. 잠시 후 다시 대학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5월 중순 오전 10시에 예약을 하고 한숨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점심을 먹으며. "에구, 아침부터 유서를 몇 장이나 썼네"  하며 웃었더니  

"내가 당신 절대 죽게 안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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