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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2. 2023

암인가요?

내과에서...

오래전부터 아프다 보니 이제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싫다. 그렇다고 입원하고 수술하고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소화기능이 좋지 않아서 비실비실 말라가는 것 말고는 팔다리 튼튼하다.


여전히 내과를 들락거리며 약을 먹는데도 불편해지는 것 같아 가까운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런 나에 상황을 알게 된 남편 친구가 최근에 본인도 많이 아팠는데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내과에서 치료를 받고 나아졌다는 것이다.


병원이 우리 집에서 멀지도 않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예약을 하고, 어차피 내시경을 할 것 같아서 쫄쫄이 굶고 갔다. 대표원장이신 나이 지긋하신 여자원장님 일단 믿음이 간다.


막상 진료실에 들어서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조리 있게 브리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A4용지에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한 장이 다 채워졌다. 이중에 반만이라도 제대로 말해보자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원장님 얼굴에 "깐깐"이라고 쓰여 있다. 몇 마디 하기도 전에  

"다 알아요"

"가서 누워보세요"

배를 꾹꾹 눌러본다. 하루이틀 아픈 것이 아니고 오래된 만성 위축성 위염이라며 내시경과 피검사, 초음파검사가 이루어졌다.


중급정도 되는 병원으로 마침 환자도 고 바로바로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내시경을 하고 마취에서 깨어나는데, 간호사님이 선종이 있어서 조직검사 들어갔는데 결과는 일주일 뒤에 문자로 보내준다고 했다.


검사를 마치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에 위장 속을 찍은 사진들이 커다란 책상 위에 모니터 2개 가득 펼쳐져 있다. 한 곳을 가리키며 약간 볼록하게 나온 부분을 떼어서 조직검사를 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아~ 그럼 암은 아닌 거죠?"


"조직검사결과를 보자고요"


남편은  "암이 아닌 거죠?"


..............


괜찮아요, 살만큼 살았어요.(희야)


..............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암이 아닙니다!


남편이 많이 걱정되었나 보다.

그래도 매년 내시경 할 때마다 뭐가 있기는 한데 신경 쓸만한 것은 아니라고 조직검사도 안 하고 지나쳤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결론은 피검사는 며칠 뒤에 문자로 보내드리고, 초음파검사결과 간, 췌장 등등 별 이상 없다고 했다. 그런데  위가 아주아주 엄청  예민해서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이란다. 그래서 만성위축성위염으로 평생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한단다. 신경안정제와 함께.


실비보험청구서류 한 보따리와 약국으로 내려와 한 달 치 약을 또 한 보따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7~8년 전부터 시작한 소화기내과 출입은 시어머니께서 치매판정을 받은 그 시기쯤부터이다. 지금 내 성격은 외적으로는 무척이나 밝고 싹싹하고 씩씩한 스타일이다. 하이톤인 내 전화 목소리를 들으면 모두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통화를 좀 오래 하거나, 이야기를 오래 하면 금세 지치고 목이 아프다. 상담교사를 하면서도 목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은 조용한 아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말들을 해야 하니 늘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조용했던 나에 성격을 결혼하면서 의도적으로 작정하고 완전히 바꾸었다. 나에 꿈과 목표를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결혼만큼은 성공(?)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바꾼 나에 성격이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나 보다. 싫어도 힘들어도 감당해야만 하는 모든 일들이 내 삶을 짓눌러도 씩씩하게 웃으며 산다. 덕분에 내 속은 위장약들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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