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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3. 2023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

결혼기념일에...

한바탕 홍수가 휩쓸고 간 개천가처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4월의 푸르름은 짙어져만 간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고 했나.


아침부터 우리 두 꼬맹이들의 동영상이 배달되었다. 아직 잠이 붙어있는 얼굴에 내복바람으로 지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결혼기념일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읊어대는 손자들을 보며 한바탕 웃는다. 예전에 어른들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 같다던 손녀내 품에 안기어 볼에 입을 맞추며 그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축하를 해준다.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며칠 사이에 오르락내리락 내 감정이 요동을 쳤다. 평안을 노래하고 행복타령을 하던 내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심연의 바닥까지 훑으며 쓴맛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혼기념일, 남편이 건네준 꽃다발에 미소 짓고, 반짝이는 목걸이 선물에 활짝 웃는다. 우리 세 꼬맹이들 축하에는 더더 크게 웃는다. 





이른 아침부터 꽃산책길에 가자는 세 번째 꼬맹이 성화에 활짝 핀 아파트 정원 꽃길을 함께 걸었다. 쭈그리고 앉아 하얀 민들레 씨를 입으로 호호 불어대지만 줄기만 휘어질 뿐 꼭 붙어서 날아가지를 않는다.


괜찮아요, 살만큼 살았어요.

왜 그랬을까?

그것도 기어드는 목소리로.

자신 없게.


가끔은 힘들고 고단한 세상 그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민들레 씨를 함께 불어주며 우리 세 꼬맹이들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주고, 좀 더 오랫동안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아들이 사주는 점심을 먹고 산책길에 나섰다. 아들은 근처에 커다란 키즈카페가 생겼다며 또 세명의 친구들과 세명의 딸들을 데리고 친절한 아빠의 임무를 다하러 갔다. 생명력이 넘쳐나는 수목원을 거닐며 꽃보다는 푸르름이 익어가는 그 언덕길이 더 좋았다. 몇 박 며칠이라도 여행을 떠나볼까 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미루어지곤 했다. 거기에 나의 위내시경검사결과로 내색은 안 해도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복잡한 일들로 흰머리만 늘어가는 저 남자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안쓰럽다. 매운 것을 못 먹어 고춧가루 없는 밥상에도 불평 한번 없고, 어쩌다 밥상에 올린 얼큰한 김치찌개에 시원하다며 맛있게 먹어주는 남자다.


퇴직을 하면서 서유럽, 동유럽과 가까운 싱가포르. 캄보디아, 중국. 대만, 베트남 등등 여행을 다녔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계획했던 미국여행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그 사이에 내 컨디션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남편은 건강해서 다행이지만 비실거리는 나로 인해 저 어깨가 행여 힘이 빠져버릴까 미안해지기도 한다.

힘내자

힘을 내보자

아직 가야 할 나라들이 너무 많다.

함께 나란히 걸으며 씩씩하게 또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혼기념일 산책길에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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