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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May 03. 2023

49제에...

이제 마음에만 간직할게요

엄마!

나왔어

이제  아프지 않고

아버지랑 잘 쉬고 있는 거지.


연초록잎짙어져 가는 산길을 걸었다. 어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도 49일이 되었다. 산수국이 덤불을 헤치고 흐드러지게 피어 더 내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어머니는 가고 없는데 연초록잎도, 산수국도 여전히 피어나고 심통이 일었다.

다 무슨 소용이야!


그렇게 산길을 올랐다.

아직도 황톳빛을 머금은 잔디가 자리를 찾아가느라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자식들에 정성까지 담긴 따스한 이불을 휘감고, 햇살 좋은 산자락에서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오늘도 내일도 평안하시리라.


투병생활하시는 동안 단 하루도 어머니걱정에 마음 쉬일 날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떠나시고 나니 걱정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더 힘이 었다. 그래도 이제 그 노랫말처럼  슬픔도 지나고 나면 봄볕 꽃망울 같은 추억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매일 아침 그 노래를 들어도 이제 눈물이 나지 않는다. 서서히 마음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나 보다. 


그럼에도 막상 49제를 모시기 전에 자식들에 마지막 정성으로 묘비를 세우고 상석도 만들가족묘로 새로이 말끔하게 단장한 산소를 찾아가노라니,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만사에 심통이 났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 어머니를 마음에만 조금만 담아둘 거야. 마음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을 거야.

가슴속에 더더욱 묻어두지 않을 거야. 이렇게 넓은 하늘아래 예당호수에 물길이 어머니의 눈길을 잡고, 작은 산새에 청량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그 고단했던 90년 인생 편히 누이고 가끔은 우리들에게도 

소식 전해줄 거지.


잘 있다고.


어머니가 없는 집으로 돌아와 제사를 준비했다. 여전히 옥색한복을 입으시고 표정 없으신 모습 그대로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금 사진 속 모습으로 간직하며 가끔은 바람결에 어머니의 안부를 을게.


언제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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