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랑합니다

by 희야 ㅡ 박상희

어제의 피곤함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지난주에 없는 시간을 쪼개어,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 숙제까지 열심히 했으니 서둘러야 했다. 조금 더 빨리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간편한 신발에 20년 전에 조각보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큼직한 천가방에 캘리그래피 도구들을 담아 어깨에 메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대형마트를 지나고 큰 사거리 신호등에 초록불이 달랑달랑 꺼져간다. 예전 같으면 초록불이 꺼지기 전에 건너려고 숨 헐떡이며 달려갔을 텐데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몸도 무리하지 않고, 내 눈도 쉬어가며 오가는 사람들을 여유 있게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신호등을 건너서 탑열이 있고, 스벅이 있고, 감자탕집, 갈빗집을 지나고, 꽃집을 지나면 문화센터다.


두 정거장을 이른 아침부터 걸어가는 길은 일주일 중에 이벤트 같은 하루다. 그냥 설레고 내가 잘할 거 같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일곤 한다. 겨우 시간 내어 숙제만 했으면서 자꾸 쓰다 보니 재미가 있어지는 건 무슨 조화일까? 수업시간이면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고 책에 노트에 필기를 하다 보니 나만이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악필이다. 그런데 친구가 3개월만 배우면 집에서 책 보며 해도 되고 충분하다 했는데, 현재 나는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불타오르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되고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다음 분기에는 댄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배워보려고 했던 계획도 일단 한 분기 더 미루기로 했다. 기타 케이스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 통기타도 꺼내지 않기로 했다. 못해도 괜찮다. 내가 재미있으면 충분하다. 당분간은 캘리그래피에 빠져보리라.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어 감사카드를 만들었다. 카네이션 대신에 장미를 그렸다. 곱다고 말해주시려나. 겉봉투도 만들었다. 편지를 쓰지도 못할 거면서 돈도 드릴 수 없으면서 봉투만 예쁘게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예쁘다고 눈웃음을 흘린다.


사.

랑.

합.

니.

다.

♡.



우리 꼬맹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날, 이미 선물은 각자의 집으로 배달되었다. 세 번째 꼬맹이는 벌써 유치원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샌들을 신고 다니고 있고, 윤이 훈이가 아바타 물의 길 레고를 완성한 인증샷이 올라왔다.

보석보다 더 귀한 우리 세 꼬맹이들,

너희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단다.


사.

랑.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