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Jun 07. 2023

반성했던 퇴고의 시간

퇴고야 미안해

요즘 며칠을 한풀이라도 하듯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고, 몇 개 있는 모임일정도 연달아 있었다.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있다 보니 글 쓸 시간도 없고, 책만 보면 자장가인양 눈이 더 감겨 왔다. 일찍 잤더니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동안 생각날 때마다 써둔 글을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며 오타확인만 한 다음 분량확인도 안한채 발행을 했다.


발행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영 찜찜한 구석이 있다. 밥을 먹고 물을 안 마신 것처럼 무엇인가 걸려있는 듯 답답함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 노트북을 켰다. 바로 분량확인에 들어갔다.

아~ 이럴 수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언제나 나에 루틴은 마지막에 분량을 꼭 확인하고, 다시 그 분량에 맞추어 퇴고를 한 후에 발행을 했었다. 물론 그전에 이미 여러 번에 퇴고를 거친 글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마지막 분량확인도 안 하고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누가 목메어 기다린다고  발행을 해버린 것일까.


일매일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항상 생각했었다. 너무 길게 쓰지 말자.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분량이 길어지면 점점 집중력이 떨어졌다. 나에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에 신경을 쓰며 글을 써야겠다고 여러 번 생각해 왔건만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


무려 거의 배 분량이다. 이 글을 이미 읽어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아무리 *10년이라는 세월에 산물이라 하지만 누가 그리 궁금해한다고 미주알고주알 다 늘어놓았는지 얼굴이 화끈거려 온다. 어찌 그 부끄러움을 글로 다 쓸 수 있을까요.




이미 발행된 글이지만, 이미 읽으신 분들께 정말 정말 죄송한 마음을 안고 고에 들어갔다. 많은 분량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도 11포인트로 3페이지 넘었다. 오후 내내 매달린 끝에 겨우 2페이지 좀 넘는 분량으로 채우고는 고를 마쳤다. 그렇다고 내 수준에 완벽한 퇴고가 있을 리 없겠지만 거기까지다.


이렇게 실수하면서 성장하는 것일까. 그냥 실수 안 하고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한순간에 게으름으로 인해 이런 사달이 났다. 반성에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고하면서 엄청 반성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할 거야. 고에 고를 거듭할 때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거야. 수없이 되뇌며 다짐을 했다.


이제 너를 소홀히 여기지 않으리.

고야 미안해!


<이미 읽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담은 글입니>


* 통장을 10년 했다  14

작가의 이전글 오월의 마지막 산책길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