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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 Jan 14. 2017

고전 읽기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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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읽기란 항상 오르고 싶은 산과 같은 존재다. 오르고 싶은 많은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여러 어려운 철학책이나 전공 책들을 뒤로하고 가장 높은 산이 되어버린 이유는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고전은 고전이기에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들 고전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에 손뼉 칠 때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공감할 수 없기에 매번 고전을 읽을 때마다 패배감을 느낀다.


 한 번은 항상 추천받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기에 고전의 미를 잘 모르는 나도 잘 읽어내려가지 않을까 하면서 읽기 시작했었다. 그 책이 엄청 긴 편도 아니었기에 쉽게 생각했다. 길지도 않은 이 책을 읽는데 6주 이상이 걸렸던 것 같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책의 내용이 어렵다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지루했다. 지루함을 느끼는 만큼 나는 이 유명하다는 고전의 아름다움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니 책을 읽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방학에는 다시 고전 읽기라는 산을 정복하고자 트레바리 고전 읽기 클럽에 가입했다. 첫 번째 읽어야 할 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었다. 프랑스 여성 작가의 책으로 자전적 소설이라는 짤막한 소개와 함께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이 문학의 아름다움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번 책은 줄거리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책을 읽으면서 여태까지의 독서 방식이었던 감명 깊은 부분을 표시하고,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적어 내려가는 방법을 이 책에 적용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지루했지만 다시 한번 읽으면서 이번에는 평소의 독서 방식을 모두 버리고 어떤 점이 어려운지, 어떤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지를 표시하며 읽어내려갔다. 혼자였다면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서였겠지만 트레바리에 가서 물어보겠다는 다짐 하나로 지루하지만 꾸욱 참으며 읽었다. 


 연인이 어려운 이유는 작가의 서술방식 그 자체에서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시작은 현재의 작가가 옛날 일을 회상하듯이 전개된다. 글로 회상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 구조와 객관적인 묘사가 들어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노인 한 분과 앉아서 그 노인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듣는 것처럼, 시간도 감정도 오락가락하는 것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단락마다 사건이 변하고 어떤 인물에 대한 감정도 변해있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파악하기도 어렵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덕분에 책을 두 번이나 읽고도 어떤 것을 독후감에 적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번 독후감은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이런 나의 어려움을 실토하는 글이 되겠다. 그러므로 이 연인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될 트레바리가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가서 다른 사람들은 이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한 아름 배워서 오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트레바리에 갈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고전 읽기에 대해 더 풍성한 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품고 다녀오겠다. 다녀와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와 배운 후에 나에게 연인이란 책은 어땠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글을 쓰겠다. 그때야 비로소 이 글이 완성될 것이라 믿으며 이번 독후감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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