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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 Jan 17. 2017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트레바리를 다녀온 후 고전 읽기

 고전 읽기가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독후감을 쓰고 걱정 반, 기대 반을 가지고 트레바리에 참여했다. 트레바리 모임 전에 읽어 본 다른 분들의 독후감에서도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 다 같이 아무 얘기도 못하는 게 아닐까 슬쩍 걱정되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했다. 막상 다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니 각자의 배움과 느낌을 풍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이번 고전 독서모임에서 기대했던 것은 어떻게 '고전 읽기'를 해야 하는가였다. 독후감에서는 다들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서 이런 방법적인 배움에 대해서는 기대를 약간 내려놨었는데 충격이다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관점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나와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마구잡이로 시공간이 바뀌며 서술되는 방식 때문에 읽기 어려웠다. -> 정말 슬픈 사람들은 횡설수설하듯 이리저리 혼란스러운 서술이 슬픔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문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 정말 슬픔에 깊게 빠져있는 사람이 순간의 감정들을 적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연애 소설보다는 성장 소설로 보였다. or 어차피 연애하며 성장도 하기에 그런 것에 구분을 두지 않고 읽었다.

어떤 슬픈 상황에 부닥쳐있는 사람들이 그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바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소설도 사랑하는 그 연인, 남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워서 다른 가족이나 친구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왜 제목이 연인일까? 잘 안 되었고 좀 지나 그리운 상대이기 때문이 그런 것 같다.

중간중간 3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너무 슬퍼서. 내가 아니고 싶을 때. 기억이 안 날 때.

누보로망: 작가 머릿속 생각에 집중하여 단면적 기억 위주로 서술. 줄거리가 명확히 있지 않아 독자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작품에 개입해서 읽어야 함.


 대략 위의 목록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며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책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나는 작품에 한 발짝 떨어져서 방관자의 입장으로 소설을 읽었는데, 이 연인이라는 작품에 공감하며 주인공의 슬픈 감정을 느낀 분들은 이 소설 속 주인공 소녀에 완전히 이입해서 읽어내려갔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한 방법이었을 텐데 그럴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마치 내가 소녀인 양 읽으니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오락가락하는 서술도 슬퍼 정신없는 사람의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덕분에 다음 고전은 좀 더 적극적인 독자로서 다가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헤아리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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