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니 Jul 08. 2017

그래서 그 용기는 어떻게 얻는 거죠?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서

표지와 제목으로부터 풍겨오는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과는 달리, 이 책에는 꽤나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확고한 메시지가 많이 담겨있다. 저자 혹은 아들러의 확고한 메시지를 중화하기 위하여 독자들이 품을 만한 의문들을 거침없이 던지는 청년을 배치해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나가려고 한 듯했으나, 청년이 던지는 질문이 부족하게만 느껴져 오히려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과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마음 한 켠에는 의구심이 자리 잡았다. 과연 이 책이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자기개발서라고 예상하고 읽은 이 책은 아들러 철학 입문서에 가까웠다. 아들러의 주장을 펼치고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상은 아니지만 그의 이론은 충분히 논리적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책에서 나온 주장 중 하나는 '타인과 나의 과제를 분리하여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나는 내가 옳다고 판단한 대로 행동해라'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는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자신밖에 없기에 아무리 타인이 호의를 베풀고 간섭해봐야 본인이 바뀌려고 하지 않는다면 안 바뀐다는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책에서 말하는 이유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몰라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바꿀 수 있는 그 어떠한 방법을 잘 모를 뿐, 그 방법만 잘 알아서 그대로만 시도한다면 타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희망이 마음이 이끈다. 때로는 이러한 노력이 통하여 누군가를 바꿔 본 경험이 있는 이들도 있다. 아들러는 이 말에 대해 그가 바뀐 이유는 본인이 바뀌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꽤나 많은 주장들을 책에 담았다. 하지만 대부분 위와 같은 식으로 주장을 펼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끝이다. 많은 이들이 살면서 괴로워하는 이유는 어떤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있지만,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를 집중하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아라',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런 우리에게 이와 같은 주장들을 던져주고 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실질적인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려웠다.




실천하기 어려움에는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좋았던 책의 부분들.


- 과거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네. 인생이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걸세. 어떻게 사는가도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 생활양식을 바꿀 '용기'가 없는 거라네.


-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는 점. 가장 건전한 형태는 노력과 성장을 통해 채우려는 걸세.


- '우월성 추구'란 자신의 발을 한 발 앞으로 내딛으려는 의지를 말하는 거지, 남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경쟁하려는 의사가 아닐세.


-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


-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네. 평가란 수직관계에서 비롯된 말일세. 만약 수평관계를 맺고 있다면 감사나 존경, 기쁨의 인사 같은 더 순수한 말이 나오겠지.


- 이상적인 모습을 100점으로 놓고 천천히 점수를 깎는다네. ... 그러지 말고 아이를 누구와 비교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저 거기에 있어주는 것을 기뻐하고 감사하면 되네. 이상적인 100점에서 감점하지 말고, 0점에서 출발하는 거지. 그러면 '존재'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을 걸세.


-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 포기라는 말에는 원래 '명확하게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네. 만물의 진리를 단단히 확인하는 것


- '지금'이라는 찰나의 연속이지.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의 삶이란 찰나 안에서만 존재한다네.


- 인생에 있어 의미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