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이라 믿고 싶은 것들

by Tess

"사랑이고 싶은걸까. 내가 했던 걸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걸까?"


10년 전에 봤던 영화가 다시 찾아왔다. 제목부터 이거다 싶었다. 내 화두는 여전히 사랑이니까....

답이 없는 그 질문_


예전의 나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이다. '불륜 영화네. 여자가 미쳤네' 하며 굉장히 단편적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한 명의 사랑, 그런 사람과의 결혼, 죽을때까지 함께하는 삶처럼 사랑의 로맨틱한 부분이 전부라고 믿고있던 나에게 마고(미셸 윌리엄스)의 선택은 지탄받을 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 사랑과 열정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권태로움, 함께 있어도 전혀 이해받지 못할 때의 외로움과 그 외로움이 폭력으로 바뀌는 순간, 그 절망 모든 것을 겪은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어린 시절에 결혼해서, '이 사람이랑 사랑의 서약을 했으니, 결혼의 맹세를 했으니 이것을 깨면 안되' 라고 구는 마고의 고통이 보인다. 남편인 '루'는 자기의 외로움을, 권태로움을, 욕구불만을 보지 못하는 존재인데... 그렇게 무던한 존재 옆에서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마고의 좌절과 절망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나도 그랬겠구나'싶어서....

마고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보는, 자신의 불편함을 보는 남자(다니엘)를 만난다. 그리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열정에 불타오르지만 육체적으로는 거리를 둔다. 결혼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덕과 윤리라는 끈을 붙잡고 있다. 아마 실제로 루와 헤어지고 다니엘과 만나기 전보다 신체차원에서는 쾌락적이었을 것이다. 이 사람을 떠나지도, 저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몸은 막 달아오르고... 그 사이에 끼어서 쥬이상스를 제대로 느꼈을 듯. 이건 '끼여본 자/ 여전히 끼여있는 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내가 잘 안다.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끝은 아무도 모르는 그 곳을 향해 건너건너 가고 있으니 말이다.(섹스파트너가 있고, 부모나 사회가 주는 억압의 목소리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어도 내 한 부분은 여전히 귀속되어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한 번 보자!)

결국 마고는 남편을 떠나, 다니엘에게로 간다. 인력거를 몰며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자기쾌락을 가진 남자에게로>< 그리고 그들은 정말 열띠게 사랑을 나눈다. 부러울정도로 ㅋㅋㅋㅋ 루와 함께 있을 때 채워지지 못했던 것을 갖겠다라는 마음인지, 마고는 다니엘을 힘껏 품는다.

하지만 나는 영화가 보여주는 이 다음의 장면으로 좌절했다. 마고는 양치를 하는 루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팬티를 내리고 오줌을 싼다. 그만큼 그들의 사이가 편안해진 것이지겠지. 나는 이 장면이 두 부부의 권태를 상징한다고 봤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남편이 옆에서 출근 준비를 하면, 아무렇지 않게 옆 변기에 앉아 소변을 봤다. 이게 가족이 된 사이의 편안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릴 때 만나, 어릴 때 결혼한 우리는 섹스하는게 어색하기도 했다. 날을 잡고, 직접 옷을 벗고 준비상태로 만든 다음에 가능한 것이랄까?(그에 반해 요즘 하는 섹스는 나도 야한 속옷을 챙겨입고, 상대방이 나를 undress 하는 등... 제법 에로틱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문제는 루가 아닌 다니엘이어도 마고의 행동이 같다는 것이다. 열정과 에로스의 시간이 다 타버린 뒤에 그들에게 다시 권태가 찾아왔다. 루와의 관계에서, 다니엘과의 관계에서도 결국 마고는 똑같이 '팬티를 내리고 오줌을 싼다' 사람이 바뀌어도 권태는 찾아온다. 마고는 변한 것 같지만 실은 같은 자리에 있다.


루를 떠나는 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결국 그녀는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던 마고는 그런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공백을 다른 사람으로 매꾸며 살 뿐이다. 이게 그녀의 한계이자, 인간의 한계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_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다. 이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지만.....

짜릿한 변화를 원하던 그녀는 혼자 놀이공원에 가서 라이드를 즐기는 정도가 되었다. 꼭 누군가가 있어야 라이드를 타지는 않는다. 하지만, 라이드가 가진 필연. 그 쾌락은 언젠가 끝난다는 것이다. 라이드로 회피해봤자 우리는 언제나 현실로, 그 어글리한, 마주해야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찌걱거리는 메탈덩어리의 탈 것_ 거기서 내려와야 하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얼마만큼 떨어질 수 있을까? 그 추락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에서 마고는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이것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두려워하는 것. 그런 공포에 휩쌓여 어떠한 선택도 못내리는 것. 그것이 우리라고... 인간이 그런 존재라는 것 말이다.

두려움이란 공포를 매꾸려고 도망치다가 망쳐진 마고_

그건 또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닐까?

지금 봐야할 영화를 본 느낌이다.



이 글은 특정 인물을 비난하거나 누군가의 선택을 재단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저 내 안에 남은, 반복되는 욕망의 궤적을 따라가며 남긴 기록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고’였던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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