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욕망에 응답하며…
요즘 나는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원가족과도 멀어지고, 꼭 붙어있던 남편도, 계속 뭘 해줘야만 할 것 같던 반려견도 없으니 오로지 나 혼자이다. 그래서 내가 가진 자원(시간, 돈, 에너지 등)을 오롯이 나에게만 쓸 수 있다. 일도 제법 자발적으로 하고 있고, 공부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운동도, 또 여행을 가거나 뭘 사는 것도 섹스도 내 선택이고 그 결과도 내가 책임지고 있다.
와! 이걸 대한민국의 30대 후반 여성 중 얼마나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누군가를 필요치 않으면서 풍족하게 사는 삶' 말이다.
가족이 없다는 것,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내 편이 없다는 것이 무지하게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너무도 깜깜해서 공포스럽고, 도저히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몰라서 막막해 벌벌 떨던 때가 있다.(아 물론 지금도 그런 때는 온다. 그럴 때는 방법이 없다. 항복하는 수밖에…)
그 시간을 좀 지나온 지금은_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때가. 만 37살의 여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가장 찬란하고 소중하며 사치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빠져있는 에로스적 쾌락도 마찬가지이다. 섹스리스부부가 한 가득인 요즘, 나는 일주일에 두 번은 섹스를 한다. 그것도 다른 남자랑... '얘는 어떤가. 저 사람은 어떤가' 하면서 그냥 내맡기고 한다. 이렇게 쾌락이란 실험을 할 수 있는 것도, 그걸 감시하거나 검열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도, 얼마나 사치인지!!! 제 때에 누려야 할 감정을 누리고 사는게 이렇게나 어려운지는 크나큰 댓가를 치뤄서야 알게되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나도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이 남자 저 남자 호기심어린 채 만나고 다닐지, 또 다음 달은 '이것도 재미없어!'하면서 관둘지.. 혹은 한 남자에게 정착을 할 지 그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계속 계약직 교사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백수가 될 수도 있으며, 훨훨 떠나버릴 수도 있겠지. 중력이 없는 느낌은 여전해서 정처없이 헤메는 것만 같은데, 이게 또 다르게 보니 너무도 특별하고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나만의 서사니까_ 내가, 희연만이, 가고있는 내 삶이니까:)
방학 첫 날_ 여유롭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왔다. 이런 저런 책을 들여다보며 나를 보고있다. 부끄러운 나, 수치스러운 나, 왜 그랬니라며 후회하는 나도 있는데... 그걸 또 다 허용하고 품어주는 '뭘 해도 괜찮아. 어떤 너도 다 예뻐'하는 나도 조그맣게 존재한다. 그런 희연의 자리를 마음 한 곳에 마련했다.
하. 여유롭다. 그런 사치스러운 시간을 온 감각으로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