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김치

- 최애의 음식

by grace영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제일 나중에 입가심으로 밥과 김치를 먹어야 한다.

맛난 음식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지만 이어서 세 번을 먹을 수는 없다.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고 또 고기를 먹지만 제일 나중에는 김치를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

나는 김칫국물이라도 먹어야 밥을 다 먹은 듯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한국 사람이다.

나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 편이다. 나의 몸만 딱 봐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안 먹어도 살찐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은 봤어도 안 먹었는데 살찐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멀리까지 친구들과 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밥 같이 먹자”라는 말이라고 공공연히 하고 다녀서 나를 아는 사람은 “언제 밥같이 먹자”라는 소리를 일부러라도 한다. 나는 먹는 데 진심이고, 다양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질리지도 물리지도 않는 밥과 김치를 제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갓 버무린 김치에 뜨끈한 쌀밥은 최애의 음식이다.

그런데 김치 담글 줄은 모른다.

결혼해서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가 내어온 음식 이야기를 한 번씩 한다. “할머니가 만드신 시래기를 많이 넣은 뼈 국 있잖아. 엄마 그런 건 이제 더 이상 못 먹는 거야?” 이렇게 말한다. 남편도 가끔은 “청국장 만드는 방법을 알아놨어야 하는데…”. 엄마의 음식솜씨는 너무 좋아서 나는 그냥 언제까지나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이유는 엄마가 맛있는 김치를 계속해서 제공해 주어서이고 또, 나의 주변에는 김치를 잘 담그는 분들이 많다. 나는 입 하나만 가지고 김치를 얻어온다. ㅎ

내가 못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그냥 주신다. 감사하게도. 그런데 최근 일 년은 김치를 사 먹는다. 내게 김치를 제공해 주시던 엄마는 부엌에서 물러나셨고, 김치 잘 담그던 이웃도 아이들처럼 커서 각자의 삶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봉사활동으로 김치를 같이 버무린 적은 많지만, 우리 가족을 먹이려고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김치를 담그려고 하면 막막하다. 어떻게 하더라? 고민하다 그만둔다.

요즈음은 교회 식당에서 먹는 김치가 맛있다. 누군가가 해주는 김치는 어떤 김치라도 맛이 있어졌다. 나는 김치를 좋아하지만, 김치를 담그는 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맛을 알면 담그는 것도 잘한다고 하는데 나는 엄마처럼 이웃처럼 맛있게 담그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김치 없는 건강하다는 식단을 내놓는다. 양념하지 않은 식재료 원래의 맛을 살리는 맛없는 건강 식단, 그 음식조차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김치는 아마도 영원히 담그지 않을 듯싶다. 그냥 엄마와 이웃의 김치맛을 그리워하면서 김치맛 좋은 집을 찾아 나설 것 같다. 입만 가지고...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갓 담근 김치에 참깨를 가득 묻혀서 뜨거운 밥과 한술 뜨고 싶다.

2025년 5월 21일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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