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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Oct 13. 2021

진료실에서의 '밉상 환자'



병원이나 식당이나  대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들의 홈페이지에는 어느 곳에서든지 자주 볼 수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 같은 마음으로~", "고객이 왕이다"입니다.


마음 내키지 않아도 내가족라는 생각으로 참고 인내하라는, 또는 참고 감수하겠다는 뜻이겠지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감수하고 봉사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지 현장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거의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왕입니다.

환자는 왕입니다.

그 많은 병원을 뒤로하고 우리 병원을 찾아 주셨으니 진심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직원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집에서 있었던 감정의 연장이 일터에서는 이어지지 않도록 저는 늘 직원들에게 요구합니다.

물론 저도 노력하고요.


가끔 직원들이 안됐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을 참고, 억누르며 인내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감정이 불쑥 표현될 때도 있지요. 물론 봉사, 희생을 좀 더 많이 감수해야 하는 병원에서는 그런 상황이 아주 사소한 경우라고 해도 큰 후과를 가져올 때도 있습니다.


병원을 위해서, 환자를 위해서 때로 사과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진료실에서 "예의 없는, 무개념 환자"를 보면 정말 화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1. 우선 치료받으면서 '방귀'를 발사하는 환자입니다.

  

연세가 들면 생리적으로 괄약근의 힘이 풀리면서 스스로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을 움직일 때 힘 조절을 잘하지 못하면 간혹 실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런 경우는.


한방은 양방과 달리 엎드려하는 치료가 많습니다.

침대에 환자가 없드리고 의사가  침을 놓으려고 허리를 조금 구부리는 순간  빠~~ 앙~~'방귀'뀌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실수인지, 마음 놓고 하는 행위인지는 상황상황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됩니다.

정말 일부러라는 느낌이 들 때가 훨신 많고  정말 화가 많이 납니다.

 예의 없다는 표현을 넘어 때로는 '상스럽다'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가족처럼 생각하고 봉사한다는 말은 기관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코로나 발생 전 2019년 설 연휴 : 인도네시아 의료봉사 때의 사진입니다. )




2. 다음으로는 의도적인 "터치"를 하는 환자입니다.


한의원 침대에 엎드리거나 누우면 환자의 두 손은 의사나 간호사의 허리 가까이에 위치하게 됩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위치 선정에 조금만 신경 쓰지 못해도,

환자가 조금만 방심하거나 아님 신경 써서 손의 위치를 제대로 침대에 고정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터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이 상황을 조성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조심스럽게 "환자분 손은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말씀드리지만, 때로 제가 느끼기에 일부러( 정말 의도적인 것 같게 느껴지거든요 ㅠㅠ) 슬쩍 터치하는 나쁜 손( ㅠㅠ)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상냥하게 말씀드리다가.. 

나중에는 진료실에서 다른 환자들도 다 듣게 큰 소리로 "환자분, 손 건사 잘해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언질을 줍니다만. 휴~~

그러고 퇴근하면 기분이 괜히 불편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환자에게 잘못한 건가..하는 자책이 밀려오기도 하고요.~



                                ( 코로나 발생 전 2018년 설 연휴 :  태국 의료봉사 때의 사진입니다. )




3. 진짜 의도적인 밉상은 이런 환자입니다.


한의원에는 왕뜸치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복부에 밥공기보다 좀 더 큰 "뜸 통 뜸"을 올려놓고 치료하는 것이죠.

복부가 따뜻하면 그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방광염, 생리통, 요실금 및 전립선염 치료에도 호전반응이 좋거든요.

이 왕뜸은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배꼽이나 배꼽 아랫배에 올려놓게 됩니다.

치료 자세는 누워서 바지를 살짝 내리면서 아랫배를 가볍게 노출시키게 되는 거죠.


문제는 지꿋은 중년 이상의 남성분들 중 바지를 많이 내리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이 필요한 부위만큼을 알려드리면서 탈의에 도움을 드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노출을 거리낌 없이 하는 참 말을 안 듣는 환자들이 있더라고요.


간호조무사는 대체로 나이 어린 친구들이라 말은 못 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고. 처치를 위해 제가 환자 앞에 가서 상황을 판단하는 순간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있습니다.


환자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우선은 일부러 저의 직원 샘께 뭐라고 합니다. 

" 선생님  치료 준비 왜 이렇게 한 거예요? 바지 이렇게 내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렇게 한두 번 반복하다가 나중에 환자분께 직접적으로 큰소리칩니다.

"** 환자분, 바지 적당히 내리세요.!!ㅠㅠ"

진료실의 다른 환자분들도 다 들을 수 있는 톤으로~~



4. 이해 안 되는 환자는 수납과정에도 있습니다. 


주로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들 중에 계시더라고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 진료비는 1,500원입니다. 카드로도 현금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 환자분이 10만 원짜리 수표를 내신 거예요. 제대로 하면 9만 9천850원을 거슬러 드려야 하지만 좀 번거로운 일입니다.

카운터 직원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진료실로 들어왔더라고요.

오늘은 그냥 보내드리라고 말씀드렸어요. 

어쩌다 보면 수중에 수표뿐일 수도 있으니.. 다음번에 계산하면 된다고 하면서요.

물론 이 1,500원을 수납하지 않으면 환자 유인행위로 저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는 잘못을 합니다만,


다음날 다시 진료받으러 오셨는데.. 또 수표를 가지고 오셨어요.

이때부터는 이 환자의 의식에 문제가 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군다나 나이 어린 간호조무사 샘에게 시간 될 때 자기랑 영화를 보자고 했다는 거예요.

순간 화가 확~~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환자를 진료실로 불렀습니다.


어르신이지만 큰 소리로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계시냐고. 내가 우리 간호조무사의 보호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하실 거면 다시 우리 병원에 오지 마시라. 환자분의 건강 돌봄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우리 직원들의 인격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카운터에서 한 말과 행동은 cctv에 찍혀있을 테니 경찰에 신고할 사항이다. 신고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죠.

사과받았고 간호조무사에게도 직접적으로 사과시키기는 했지만, 

참 마음이 허무하더라고요.






병원은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기관입니다. 환자의 마음을 달래고 육체적 고통을 헤아려 가능하면 환자의 편의보장을 위하여 개인감정 같은 건 희생하면서 일하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격이 무시되고 무너지는 상황까지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처럼요? 나만? 우리만? 그래야 하는 걸까요?


가족은 나 혼자만이 아니죠.

함께죠. 서로서로에게 가족이 되는 거죠.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집단생활에서.

함께 배려하면 

 봉사하는 사람은 기쁨으로 더 희생하고 

봉사받는 사람은 더불어 더 편안한 봉사를 받게 되고.

서로가 마음이 오가고, 함께 기뻐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코로나 전 2019년 설 연휴 : 인도네시아 의료봉사 때 사진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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