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운 콩새 Apr 07. 2021

북한에 있을 때 키스와 뽀뽀는...

부끄러운 이야기



키스와 뽀뽀가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고 하면 아마도 

"헐~내숭?" 하던가 "바보?" 이럴 것 같아요.~

부끄럽게도 제가 모르고 있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말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키스', '뽀뽀' 이런 단어를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그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도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키스나 뽀뽀나 그것이 그것이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입에 올리는것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한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북한 사람들이 저처럼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요. 

모른다기 보다 일상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단어였던 거죠.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방송 출연이 있어 모 방송국에 촬영을 갔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방송 출연을 하게 된 때이고 방송국이라는 곳에 대하여 굉장한 기대와 우상을 가지고 있던 때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한국 온 지 겨우 1년 정도 되어, 아직 촌티도 벗지 못하고 어리숙한 상태였고 눈앞에는 티비에서만 보던 분들이 서로 웃고 떠들고 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 대기실입니다..


방송 출연하기 전 대기실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연예인인 MC를 비롯하여 방송 출연을 함께 하게 된 ** 대학교 교수님(여자 교수님이시고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셔서 아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듯요.) 등 출연자들과 분장팀, 작가님들, 카메라 팀, 오디오팀 막~~ 붐비고 있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에 새터민이 지금처럼 많을 때가 아니어서 그분들 입장에서도 북한에서 살다가 온 제가 조금은 궁금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정말 정신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저뿐일 듯싶은 상황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죠.


문득 당시 프로그램PD님이 저한테 질문을 합니다.

"혹시 키스해보셨어요?"

이 무슨 무례한 질문입니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당장 성희롱으로 고소되고 회사 짤릴 수도 있는 엄청난 질문아닌가요? 

하지만 당시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고 더구나 이 글이 "미투"고발에 대한 글은 아니므로 그걸 트집 잡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암튼요.
질문받는 저는 순간 얼굴이 화끈 거리며 당황했습니다. 

키스? 어? 내가 아는 질문인 것 같은데.. 근데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그래도 당당하게 대답했죠. "네. 그럼요. 해봤죠"


하... 이 PD님이 한 발짝 더 나갑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어떻게? 어떻게?"

가만있자. 키스 어떻게 하지? 짧은 찰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났습니다.


촬영들어가기 직전이라 거의 20여명 이상 되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저에게 쏠려 있음을 직감했고 어쨌든 기가 죽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키스에 대한 명확하고 확실한 개념이 없었던 저는 생각 가는 대로 대답한 거죠.
" 뽀뽀하는거잖아요~"


어느 구석에선가 "아~"하는 낮고 짧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 소리의 높이와 길이로 보아 제 대답이 어딘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영문을 몰라 저도 어쩔 줄 모르는데.. PD님께서 다시 말합니다. 

"키스와 뽀뽀는 다른 거예요."







헛, 다르다고? 뭐가, 어떻게 다르지? 

남자와 여자가 그렇고 그런 것, 얼레리, 꼴레리... 그런 거 아니가?

그거나 그거나 같은 거지 뭐.. 왜 다르다고 할까?


아마도 제 눈빛과 표정에서 잘 모르고 있음이 느껴졌나 봅니다. 
피디님이 작가님께 바통을 넘기더라고요. 

" 00 작가, 키스와 뽀뽀가 어떻게 다른지 좀 알려드려"


저도 내심 궁금했죠.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거야.

이 어린 여자 작가는 어떻게 답변할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부끄러움도 없이 단번에 답변해 줄 수 있을까? 

아님 나처럼 혹시 쩔쩔 매지 나 않을까? 그냥 모른 체 넘어가도 되는데....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데..괜히 난처한 상황에 처한 어린 여작가가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어린 여작가님이 아주 명쾌하고 또박또박 단번에 설명해주네요.


" 설왕설래~"


하... 이런!!!~~~

딩동댕~~ 정답입니다..

순간적으로 머리속에 느낌이 팍~~옵니다.

그렇구나... 그런 것이 키스였구나.. 헛, 참.

대단한 배움이었네요. ^^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 김밥 - 소풍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