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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Apr 16. 2021

"마이너스통장"과  나의 신용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대학 공부할 때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등록금은 또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별것이 다 궁금하네~~ 하는 생각도 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국의 정서상 대한민국에 혈혈단신인 제가 이런 돈을 어떻게 해결할가가 궁금하기는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저는 대한민국 입국 후 한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1년 8개월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받은 월급은 중 관리비와 생활비로 40만 원 정도 사용하면 100만 원 이상은 저축을 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버스로 35분 걸어서 1시간 10분 정도 되는데요. 

버스비 절약하느라 왕복 하루 두 시간 30분의 거리를 걸어 다녔고, 늘 도시락은 준비해 가지고 다녔답니다.

물론 점심은 사무실에서 함께 시켜 먹기도 했고 그 금액은 회사에서 지불하기도 했으나 저는 회사 돈도 아끼는 것이 직원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가하고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죠.

지금 생각하면 사무실에 함께 계시는 분들에게 제 모습이 참 얄미웠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ㅎㅎ


쇼핑은 늘 지인들이 입던 옷으로 대신했고 제 돈 주고 옷을 잘 사 입지 않기도 했죠. 

한국은 입던 옷 내놓으시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저는 좋았답니다. 

물론 지금도 누가 입던 옷을 주셔도 잘 받아 입는답니다. ㅎㅎ


하지만 대학 등록금을 비롯하여 교재비도 만만치 않고(한의학 교재들이 정말 비싸거든요~). 동기들에 비해 나이도 많았던 언니였고, 누나였으니 밥도 자주 사야 했고, 대학 다닐 때 운전도 하고 있었으니 또 다른 유지비도 들어서 저축해 놓은 돈으로는 사실 대학 4년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아르바이트로 보냈습니다. 

당시 라디오(북한 고려의학 이야기, 민간요법 등)를 2~3개 정도 고정 게스트로 하고 있어서 다른 아르바이트보다는 비교적 쉽기는 했으나 한의대 진도 따라가기도 버거운 상황에 직접 원고 써서 방송하는 것이 가볍지는 않았으나 생활비가 필요했으니 최선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지로 견딜 수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본과 3학년 올라가는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은행에서 대학교에 대출광고를 나왔습니다.

한의대, 의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졸업 후 대출을 값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미리 돈을 당겨(? ㅎㅎ) 쓸 수 있게 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바로 "마이너스통장' 개설입니다.


저는 사실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관심 없었는데요. 

함께 공부하던 어린 친구들이 필요할 수 있으니 통장 개설해 놓은 것은  좋다고, 

그러다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도움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마이너스통장 : 다음 백과사전

마이너스 통장(일명 마통)이란
은행의 대출 상품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한도대출’이다.
거래하고 있는 은행의 통장을 이용해 한도 내에 일정한 금액을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대출제도를 말한다. 약정금액 한도 내에서 돈의 액수에 상관없이 수시로 돈을 빼고 넣을 수 있으며, 돈이 들어있는 동안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저는 당시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빌려 쓰는 것이므로 신용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생활이 빠듯하게 이어가고 있고, 혹시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또 북한에 있는 아들에게 갑자기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보내야 한다면? 하고 생각하니 비상금으로 일단은 통장 개설은 해놓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금액이 무려 3000만 원입니다. 

하나은행 마이너스 통장 3000만 원.

엄청난 금액이죠?


이다음부터는 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잘 보관하고 고수하느라고 엄청 신경 썼답니다. 

가능하면 거기 돈을 쓰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신용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대학 졸업하는 동안 

마이너스통장에서 단 1원도 사용하지 않고 졸업과 함께 바로 통장을 은행에 반납했습니다. 

적게라도 돈을 꺼내 사용하고 채워넣은 것도 아니고 한번도 꺼내 쓴 흔적이 없이 그대로 가져갔었거든요.

사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여유돈이 있어서 우선 쓸 수도 있은데 말이죠..ㅎ

사실 그대로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은행 직원이 묻더라고요.  아주 의아한 눈빛과 표정으로요.  " 반납하실 거예요?"
"네, 1원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뿌듯하고 긍지 가득한 표정으로 당당히 답변했죠.

봐봐~~. 나 은행 신용 잘 지켰지? 한 푼도 쓰지 않았잖아. 하. 하. 하.


이후에 알았답니다.


                은행돈은 적당히 빌려 쓰는 것이 신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요.

                은행 대출 안 받으면 신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빌려 쓰고 대출금 갚고, 이자 값으면서 은행과 개인이 서로 윈윈 하는 것이 

                결국 내 신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참 순수한 경험이었습니다. ㅎ




Image by Wolfgang Eckert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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