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수수께기"
안녕하세요, 희찬입니다.
지난 번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1편>을 이어가려 합니다. 오늘은 '그린스펀의 수수께기'에 대한 내용과 함께 '금리'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1편을 보고오지 않았다면 이번 포스팅 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꼭 1편을 먼저 보고와주세요.
금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
그린스펀의 수수께기 이야기를 드리기에 앞서 잠시 <금리>에 대해 짧게 알려드리겠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에 대한 기본 배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시 집중해주세요.
금리는 크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두 가지 금리가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금리를 뜻하며,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반대로 시장금리란 말그대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로 누군가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금리가 아니며, 시장에서의 기대와 심리 등으로 움직이는 게 바로 시장금리입니다.
*참고로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를 제외한 모든 금리를 통틀어 뜻합니다.
ex) 예금금리, 대출금리, 코픽스금리, RP금리, 채권금리 등
*이때 시장금리 중 기준금리를 쓰이는 금리를 <정책금리>라고 부릅니다. 예를들어 한국의 경우 시장금리 중 '7일물 RP금리'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책금리>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경우 시장금리 중 콜금리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정책금리는 '콜금리'가 되는 것이죠.
약간 어렵다면 <정책금리=기준금리> 같은 뜻으로 생각해도 무관합니다.
- 기준금리: 중앙은행이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
- 시장금리: 시장에서 기대와 심리 등으로 움직이는 금리로 임의로 조절이 불가한 금리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대출금리', 이 금리는 어떻게움직일까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게 바로 '시장금리'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기준금리는 단기금리이기 때문에장기로 돈을 빌리는 대출금리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습니다. 즉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장기금리>에 의해 움직이게 되죠.
여기서 말하는 장기금리란 *장기국채금리로 정해집니다.
앞서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라 설명했습니다.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기준금리는 <대장금리>와 같은 뜻이라는 거겠죠?
그에 따라 기준금리가 움직이면 모든 시장금리가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요.
즉 기준금리가 아닌 다른 <그 금리>에 따라 모든 금리가 움직인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비밀스러운 존재, '그 금리'는 어떤 금리를 뜻하는 걸까요? 이는 추후에 다른 글을 통해 '실질적인 금리의 대장'을 알려드릴께요.
잠시 다른 얘기 좀 해볼께요.
여러분들 '채권'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모르셔도 돼요. 채권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채권이라는 게 있다고만 생각하셔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빌려줬다는 하나의 차용증서입니다. 이 채권에는 '채권금리'와 '채권가격'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둘은 항상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채권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가격'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그럼 수요/공급을 생각하고 다시 채권을 보면, 채권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채권가격은 오르고 채권금리는 하락하게 됩니다. 반대로 채권의 공급이 많아지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상승하게 되죠.
만약 이해가 어렵다면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라고 기억하셔도 됩니다.
또한 앞에서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를 제외한 모든 금리를 통틀어 부른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렇다면 채권금리는 '시장금리'로 분류가 되겠죠?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이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드리겠습니다.
2000년 초반 미국의 중앙은행(Fed)의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닷컴버블,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으로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시 빠르게 금리를 내려 경기회복을 이끌었습니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은 곧 '수요'가 증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국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경기가 회복에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합니다.
앞서 배웠던 것처럼 기준금리는 금리의 대장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도 함께 상승해야 됩니다. 그럼 시장금리 안에 있는 모든 금리들이 서서히 상승하게 되는데요, 시장금리 중 대출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장기금리>가 있습니다. 장기금리는 대출금리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게 되죠.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고,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부동산 투자자들이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하나, 둘 부동산을 매도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부동산 뿐만이 아니라 주식 등과 같은 대부분의 자산들이 같이 적용되죠.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즉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장기금리가 오르고, 장기금리가 오름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어 부동산 매물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죠.
하지만,
경제에는 정답이 없죠?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기금리도 상승해야 되지만, 그린스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이상하게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그린스펀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지금 예기치 못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수수께기와 같다"
이렇게 언급함에 따라 이때의 금리상황을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칭하게 된 겁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기금리도 상승해야 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린스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이상하게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 빨강: 기준금리 / 파랑: 장기금리
위 그래프를 보면, 2004년 기준금리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장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는데요, 장기금리는 앞서 대출금리와 연동되어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올라도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대출금리는 오르지 않게 됩니다.
즉 그린스펀은 과열되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상하게 장기금리가 따라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해 대출금리도 함께 하락하여 부동산 시장이 계속 과열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시장은 상승하고 있고, 대출금리는 오르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저같으면 바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할 거 같은데요, 여러분들도 같지 않을까요?
실제로 당시 미국인들은 경제가 회복하면서 자산시장 가격이 상승하고, 대출 또한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 대출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당시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미국의 장기금리는 왜 오르지 않았던 걸까요?
사실 명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존재합니다.
2000년 초반 당시 미국으로 하여금 큰 돈을 벌게 된 국가들이 존재했었고, 그 국가들은 벌어들인 돈을 갖고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당시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사고 보유한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2000년 초반 중국은 경제 및 금융 개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수출이 빠르게 발전했고, 투자 또한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죠. 그렇게 들어온 돈을 이용해 중국은 미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자, 여기서 앞서 배운 내용 하나 기억할 게 있습니다.
채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다시 말해 채권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채권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역의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채권수요가 증가해 채권가격이 오르게 되면 채권금리는 하락하게 되는 구조가 그려지는 것이죠.
즉 중국이 미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했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채권금리가 하락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보통 해외국가가 미국채를 매입할 때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장기국채'를 매입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의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미국은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게 된 것이죠.
당시 앨런 그린스펀은 이 사실을 몰랐었고, 그로 인해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붙여지게 된 겁니다.
미국의 부동산,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한다
* 빨강: 기준금리 / 파랑: 미국 주택가격
위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음에도 미국의 주택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상승하기 시작하고, 그 상승 속도는 굉장히 가파른 속도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미국은 너도나도 부동산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고, 그만큼 부동산 대출을 원하는 수요 또한 급증하게 시작했습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은 대출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랐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한테도 대출을 쉽게 해주기 시작했죠.
*참고로 미국의 신용등급은 크게 3가지로 '프라임 등급' / '얼터너티프 등급' / '서브프라임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서브프라임 등급은 대출이 거의 불가한 수준의 등급입니다.
서브프라임 등급을 가진 사람들한테도 대출을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차피 '부동산대출(모기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즉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죠. 만약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대출을 못갚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큰 리스크가 없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한테 대출을 해줘도 위험이 0%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대출수요에 비해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던 자금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에 따라 각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이 돈을 또 다시 대출로 사용했죠.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3가지 파생상품으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하게 된 겁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 다음 편부터 당시의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