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다이어리
마음이 힘든 한 주였다. 영상 발행까지 에너지가 몹시 많이 드는데다가 다음 영상 제작을 위한 취재가 모처럼 풀리지 않았다. 전문가 인터뷰가 필요한데 네다섯 군데에서 퇴짜를 맞은 데다가, 발제하는 아이템마다 좋은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품을 들여 어렵게 제작한 영상도 아쉬운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벌써부터 좋은 피드백을 바라기엔 아직 고작 세 개의 콘텐츠를 만들었을 뿐인 초보 PD이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거절과 부정적인 피드백은 사람 마음을 위축시키는 법이다. 날씨는 또 왜이리 흐리기만 한지. 꽃샘 추위와 우중충한 하늘... 어디 하나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주변은 뒤숭숭하고.
그러니까 그림자에 침잠되기 딱인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무능함과 못남만 보이는 나날들. 맛있는 것도 시켜 먹고, 스트레칭도 하고, 산책도 하고 나름대로 애를 쓰긴 했는데 축축한 늪에서 나를 꺼내는 게 쉽진 않았다.
그런데 사실 스멀스멀 흘러 나오는 그림자를 다독이는 건 원래 어려운 것이다. 코어에서부터 올라오는, 나의 콤플렉스를 정확히 겨냥하는 그림자가 만약 다루기 쉬운 거라면 그건 그림자가 아닐 것이다. 당연히 다루기 어렵고, 그런 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얼마간 내가 노력을 했나 돌아보면, 딱히 노력하진 않은 것 같다. 불안의 악순환을 끊고 긍정적인 회로를 작동시켜야하는데, 결정적인 노력들은 하지 못했다. 그림자를 다독여줄 사람은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닌데.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물론 이러한 무기력함 또한 그림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이지만.
내가 못나고 무능하다라는 왜곡된 인지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못나지 않았을 뿐더러 예쁨/못남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나의 따뜻한 시선이 훨씬 중요하다. 더불어 무능하지도 않다. 무능했다면 애초에 뽑히지 않았을 것이고, 입사하고 영상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해낸 것들이 내게 기본이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은 다만 새로운 것들에 적응해가는 시간이고, 성실히 노력하면 앞으로는 분명히 나아진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글쓰다 말고 필라테스 수업 다음 주 분을 예약했다. 요즘 산책하는 시간을 늘린 것은 아주 잘했다. 스트레칭도 꾸준히 잘 하고 있다. 워밍업이 잘 되고 있으니 이제는 강도를 조금 높여도 좋다. 돌아오는 주에는 트랙에서 가볍게 뛰어보도록 하자.
감사해하고 스스로를 칭찬해주도록 하자. 상승나선을 그리는 데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가족들의 평안과 주변인들의 건강과 행복.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기회와, 멀끔한 집과, 행복한 주말... 감사한 것들을 찾자. 그리고 당분간은 칭찬 일기도 곁들이도록 하자. 우선 이런 글을 씀으로써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스스로를 칭찬한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구체적으로 노력하라. 내레이션 훈련 때를 돌아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연습했을 때 가장 향상이 많았다. 부담이 커서 스트레스도 컸지만, 이를 다스리는 데에도 연습 만한 게 없다. 불안할 때는 노력을 하면 된다. 다이어리를 꺼내어 뭐라도 쓰고 구상하도록 하자. 매일 아침은 타사 영상 1개, 뉴스레터 1개를 포함해 뉴스를 접하는 시간이다.
일할 때는 시간대별로 계획적으로 임하도록 하자. 잘 정돈된 하루는 내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계획과 결정이 중요하다.
지난 한 달은 애 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을 테다. 이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이다. 그리 해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잘 될 것이다.
(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