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기 부끄러운 마음을 전해주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종종 아버지와 함께 집 뒤의 장산을 오르곤 했다.
이 산은 부산 해운대에 있으며
장산범이라는 무서운 동물이 산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어린 나는 등산을 하며 이곳저곳 뛰어다녔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무서운 장산범 얘기를 해주셨다.
그러면 나는 어린 마음에 무서워서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걸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를 수는 없지만
훗날 어른이 되어 혼자 산에 오르다 생각해보니
장산범은 아버지가 나의 손을 잡기 위해 만든
표현하기 부끄러운 마음을 전해주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산 중턱에, 예전 그 아버지의 마음이 바람에 가득 실려 불어온다.
나 지금 무섭고 힘든데, 이젠 어른이라 아무에게도 얘기 못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아버지가 내 손 꼭 잡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따라 아버지의 손이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