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박희도 시

박희도 시(詩) 32편 - 1월의 파리

'그때 파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by 따뜻하게 박희도

1월의 파리

-박희도-


겨울에 익숙해져 가는

어느 1월의 점심


오늘따라 햇빛이 따사로워 그런가

겨울에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손놈 파리가 차 창문에 날아와 앉았다.


여름엔 그 꼴 보기 싫어

본 척 만 척하던 파리를

생각하지도 못한 겨울에 만나니

우리 가족 모두 파리를 가리키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때 파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름에 본 척 만 척하던 사람들이

왜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줄까


매일 날 쫓아내려 안달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날 보고 반가워할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혼자 그 뒤로 줄곧 생각해 보았다.


손을 싹싹 빌며

안 그래도 추우니 나 좀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듯 한 파리를

신호가 바뀌어 결국 날려 보내고 말았다.


문득 걱정이 된다.

추운데 어디 지금쯤 날다 지쳐

쓰러져 있겠지 생각을 하니

겨울의 파리에게

우습게도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나도 언젠가

그들의 세상에도 추운 겨울이 오면

그런 파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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