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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하게 박희도 Apr 09. 2024

박희도 시(詩) 52편 - 마치 당신도 그러하듯이


마치 당신도 그러하듯이


마치 봄에 피는 벚꽃이 그러하듯이

달콤한 시공간을 한사코 못 느끼다

결국 그 벚꽃이 한가득 바닥에 떨어져 쌓일 때쯤이야

비로소 봄이 왔었다는 것을 느끼고야 만다.


매년 돌아오는 봄임에 안심한 탓일까

혹은 나도 인간인지라 그 마음이 약은 것일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땅에 떨어진 벚꽃을 바라보다

기어코 마지막으로 떨어진 벚꽃하나에

머리 눌려 주저앉아버렸다.


손에 한가득 벚꽃을 주워 담고는

언젠가 다시 봄이 찾아와

당신이 이곳에서 피어난다면


나 그땐, 봄을 한가득 느끼며

흩날리는 봄바람에

당신과 함께 그 기억의 온도를 감싸 안으며

한없이 춤을 추려한다고


또다시, 스쳐가는 한 날의 봄에서

색 바래는 벚꽃에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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