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12. 흐림
암막 커튼 덕분에 캄캄한 방 안에서 눈을 떴다.
"오늘은 폐인처럼 살지 말아야지. 운동하고, 브런치에 글도 하나 올리고, 옷 정리도 할 거야."
소리 내어 말하면 동기부여가 된다고 유튜브에서 본 누군가 그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려던 찰나,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에 시선이 간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어젯밤에 보다가 잠든 웹툰이 그대로 떠 있다.
'이것만 봐야지.'
.. 한 시간이 흘렀다. 배가 고프다. 거실에서 남편의 인기척이 들린다.
"오빠,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닭똥집 볶음 어때?"
"좋지."
.. 두 시간이 흘렀다.
'운동했다 치고 할 일이나 하자.'
간신히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메신저에 답장을 보내고, 인스타그램 짤 좀 보고, 카트라이더 몇 판 했더니 어느새 또 두 시간이 흘렀다.
'이대로 하루를 그냥 흘려보낸다면 분명히 나는 잠들기 전에 이불을 걷어차며 자괴감을 느끼겠지.'
핸드폰 전원을 끄고 안방 장롱 속에 가둬버렸다.
뭐라도 하려고, 세상에 일말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알량한 성취감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어제 읽은 책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책에서 공감과 위안을 얻으며 치유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고.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혹시 저와 같은 하루를 보낸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다면, 그러지 마시길.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