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실,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고
좋은 에세이를 많이 만들어주신 이연실 작가님의 책에 대한 마음이 담긴 책. '사실 난 에세이가 싫었다'(!)…로 시작하는 이 에세이 편집에 대한 책은 소문만큼이나 참 좋았다. 얼마 전 강연에서 뵈었던 작가님의 재치와 유머가 한껏 깃들어 술술 읽히고, 깔깔 웃으며 읽었다. '~하는 법'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그의 유머가 참 부러웠다. (나는 실제로는 꽤 재미난 사람인데, 내 글은 아직 슬픔의 끝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제 막 (기성출판으로 나오는) 첫 책을 준비하는 내게 책에 대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책을 대하는 작가님의 태도, 타인의 삶이 담긴 이야기에 대한 정중함, 그리고 작가님의 열정이 담긴 책 잘 파는 기술들까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차별성은 그만큼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수많은 고뇌와 눈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무게도) 가볍고 술술 읽히는 이 재미난 책 뒤에 작가님의 세월이 참 많이 녹아 있으리라 생각됐다. 어떤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빛나는 법이다. 작가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도 분명, 그런 빛이겠지.
최근에는 원고를 붙들고 한숨과 눈물을 지었다.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이런 글이 과연 책으로 나와도 괜찮은 걸까, 이제라도 계약금을 토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원고를 볼 자신도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될 대로 되라지, 싶은 생각으로 원고를 놓은 지 한 달쯤 되던 때. 내 마음이 텔레파시로 전해진 건지 편집자님께 전화가 왔다.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더 힘들어지는 법이라고. 이제는 같이 해볼 때가 되었다고. 그동안의 게으름이 떠올라 부끄러웠지만 참 기뻤다.
그래, 혼자가 아니었지. 독립출판을 할 때는 기다려주시는 브런치 독자분들과 텀블벅 후원자분들, 그리고 글쓰기 모임 팀이 있었다. 이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도 "드넓은 애정으로 등대와 연료와 식량과 물, 나침반과 지도'를 주는 편집자님이 계시다. 참 다행이다. 이제는 원고를 마주하기 전, 내 독립출판 책을 읽고 편집자님이 보내주신 메일을 읽는다. 그래, 내 글에 애정과 믿음을 보내주시는 분이 있어. 나를 믿기 어려울 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간다. 그래, "편집자는 언제나 옳"으니까!
[좋았던 문장들]
-[...] 에세이를 판다는 것은 과격하게 말하자면 '작가가 제 삶의 일부를 파는 일'이다. 작가의 경험과 삶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잊을 수 없는 부분을 내다 팔아야만 한다. 나는 책 만드는 과정에서 그 두려움과 무게감, 그로 인한 파장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 내가 만지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 낸 삶이고, 소중히 붙들어 온 기억이고, 때론 용기 내어 꺼낸 상처이기도 하다고. 그 상처가 함부로 다뤄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 최대한의 성의와 예의와 정중함으로 나는 교정지를 대한다.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