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긴긴 밤>을 읽고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은 다정한 코끼리들 사이에서 행복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고아원을 떠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겪는 삶의 불행들. 그 속에서도 피어나고야 마는 웃음.
<긴긴 밤>은 자꾸 떠나고,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게 코끼리이기도, 코뿔소이기도, 펭귄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또는 새 생명을 위해 한편의 마음을 덮어두고 길을 떠난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의 여정 속에서 삶을 보았다. 더러운 웅덩이와 진흙탕 속에서 작게 빛나는 것들을 발견하는 삶. 함께이지만 결국 홀로 견뎌내야 하는 긴긴 밤.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 또 너무 짙게 외로워서 내내 울먹이는 마음이었다. 내게 이 책 얘기를 듣던 친구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는데?"라고 물었고, 나는 답했다. 결국 자기만의 긴긴 밤을 견디며 살게 되겠지. 그리고 아기 펭귄의 다짐처럼, 그 긴긴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게 되겠지.
서로 밖에 없는 코뿔소와 펭귄의 우정을 엿보며 많이 눈물지었다. 우리도 주변 사람에게 의지하며 또 각자의 밤을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무엇이든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겠지. 이 책을 읽은 누구라도 그 무엇도 아닌 훌륭한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지고 만다.
[좋았던 문장들]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노든은 살아남은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노든은 옛날 기억에 사로잡힐 때마다 앞으로 걷고 또 걸었다. 노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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