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밤, 누군가의 아침

묵묵히 버텨내는 이의 하루

by 히히

밤 12시. 집안일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전화를 받더니, "회사에 가봐야겠다"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출근이라니...


안쓰러운 마음에 끓여 두었던 보리차를 텀블러에 담아 건네고, 문 앞까지 배웅을 나갔다.


"늦을 것 같아. 먼저 자고 있어."


남편은 그 말을 남기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


올해 2월 말, 남편과 만난지 6개월 반 만에 결혼을 했다.


그만큼 남편은 나에게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3월 중순부터 신혼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되었다.


하루하루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연애 때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가 된 것 같다.


짧은 연애를 하면서도 남편이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 살아보니 그 바쁨은 예상보다 더했다.


남편은 엔지니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출장도 잦고 팀장직을 맡으면서부터는 팀원들의 전체 일정 관리와 현장 대응까지 도맡고 있다.

기계가 고장 나면 주말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대응해야 했고, 늘 일에 신경을 쏟아야 했다.


얼굴이 퀭해진 채,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쉴 틈도 없이, 일에 치이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버텨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많이 힘들 텐데도 남편은 늘 "인생이지~" 하고 웃으며 묵묵히 견뎌낸다.


나보다 세 살 밖에 많지 않은데도 어떻게 저렇게 단단할까.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는 힘든 순간마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인지 포기하지는 않으면서도, 포기할 것처럼 찡찡거리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느 날은 새벽 1시쯤 퇴근한 남편이 집에 들어왔는데, 그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듬직한 남편의 눈물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늘 아무렇지 않은 척 했기에, 몰라주었던 것이 미안했다.


나중에 조용히 물어보니, 그날은 유난히 버거운 하루였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는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책임감을 다해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성실함이 당연시 여겨지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그럴수록 나는 그 누구보다 남편의 하루를 알아주고 따뜻한 편이 되어주고 싶다.


남편이 보내 준 오전 5시 퇴근길의 사진을 바라보며 수많은 이들의 출퇴근길이 겹쳐보였다.


누군가는 밤을 지새우고, 누군가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겠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묵묵히 견뎌내는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고 싶다.



밤새 근무한 남편이 아침에 퇴근하며 보내 준 사진








From.heehee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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