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 보자.
토요일이다. 다음 주 목요일 밤 비행기를 타므로, 오늘이 이번 말레이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이다.
흠뻑 반했던 쿠알라셀랑고르로 가보자. 그곳에 스카이미러라고 하는 곳이 있다. 물에 비치는 대칭 사진으로 유명한데, 우리도 투어를 신청하여 가 보기로 한다.
아침 7시, 빵 한 조각을 욱여넣고 투어버스를 탄다. 20인승이 채 안 되는 버스인데, 승차감이 대단하다. 도로의 모든 요철이 다 느껴진다고 할까. 비몽사몽간에 셀랑고르에 도착한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뱃멀미가 날 것 같아 멀리 구름만 쳐다본다. 30분을 달려 배가 멈춘다. 분명 바다 한가운데인데 바닷물이 자박자박한 곳이 있다.
그늘이라고는 있을 리가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따뜻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보드라운 땅을 밟고 있으니 자연이 내 발을 타고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발아래 소라게들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나는 걷는다. 여긴 분명 바다 한가운데인데, 초원같기도 하고 사막 같기도 하다
첫째가 여덟 살이 되던 해 몽골을 갔었다.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고 초원에서 풀을 뜯는 수없이 많은 양과 염소, 말, 소…… 사막의 석양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나는 그때 말없이 손 내미는 자연을 보았다. 이렇게 자연 앞에 설 때, 자연은 나에게 말한다. 이야기해도 괜찮아.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잠시 걸을까?
황홀했다. 내 피부를 붉게 만드는 햇빛조차도.
그 황홀함을 안고, 정성스레 자리를 준비해 준 투어팀들 덕에 사진을 찍는다. 쑥스러움과 설렘을 담아, 이미 얼굴도 팔도 다리도 벌게진 지 오래다.
바다에 다시 물이 차기 시작할 즈음 우리는 다시 통통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온다. 비록 우리 얼굴과 팔과 다리는 선크림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의 환대에 수줍게 발그레하지만 신기하고도 넉넉한 바다에 있었던 시간에 또 웃는다.
이렇게 또 우리 가슴에 말레이시아를 담는다.
덤으로 주근깨도 내 얼굴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