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가 싶더니,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집에만 있기 싫어서 아이들이 어학원을 가고 난 후에 나도 얼른 짐을 챙겨 나간다. 오늘은 시간에 안 쫓기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끼리 점심을 먹으라고 당부하고 여유를 좀 가져보려고 한다.
그랩을 타고 국립모스크로 간다. 지난번 이슬람 박물관 갔을 때 스치듯 지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간단하게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신발을 벗고 후드가 달린 보라색 가운을 걸치고 입장한다. 계단을 올라가니 하얀 바닥이 있는 회랑이 있고 옆에는 분수가 있다. 굉장히 깨끗하다. 하늘높이 솟은 미나레트를 보고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곳을 둘러본다. 관광객은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바라보는 정도이다. 그 옆에는 또 회랑 같은 곳이 있고 창 너머에는 정원이 있다.
모스크를 둘러본 후 어디를 갈까하다가 구글맵을 보니 근처에 페르다나 식물원이 있다. 도보 17분, 오늘은 구름이 많아 걸을만하다. 걷다보니 땀이 조금씩 맺힌다.
아, 그런데 나의 친구 구글맵이!
애증의 구글맵이 또또또! 닫혀있는 문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마침 안에서 산책하는 분이 보여 “어떻게 하면 거기로 들어가나요? “라고 물으니 아마 저쪽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 분도 나오는 길을 찾던 중에 구글맵에게 당한 눈치다. 뭐지? 시트콤인가? 그러던 중, 또또또! 구글맵에게 당한 중국분이 중국어로 뭐라 뭐라 하신다. 나는 ”워 스 한궈런 “이라고 하면서 “니 취 there마?”라는 외계어를 말한다.
우리(?)는 천문대 앞을 지키는 분에게 물어 입구를 찾아낸다. 입구에서 조금 전 안에서 산책하는 분을 만난다. 서로 얼굴 보는 순간 빵 터지며 웃는다. 성공을 축하하는 웃음이다.
식물원은 들어서는 순간 나 식물원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엄청난 크기도 그렇지만 나무에서 나는 향이 정말 좋다. 꽃향 같기도 하고 풀향 같기도 하다. 티티왕사호수공원에 비해 여긴 관광객이 많다. 나처럼 나 관광객이요!라고 하는 것 같다. 아, 이곳은 정말 정말 정말 멋진 곳이지만, 규모가 너무도 커서 다 돌아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수 주변을 돌고 사슴을 보고 나무향을 맡으며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그런데 구글맵이 또또또!
350미터 내에 레스토랑이 있다며! 나 식물원 안에서 먹고 싶었다고, 네가 말하는 곳은 주차장이야. 여기 레스토랑이 어디 있냐고!
아이고 지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지치니 앉을 힘도 없다. 영희야 식물원 더 걸을래? 그냥 나가자. 그래, 그러자. 그나마 아들들을 데려오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국립박물관 쪽으로 나와서 지하철을 탄다. 첫째에게 식당 아주머님이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주신다고 연락이 온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는 점심 뭐 드셨어요?”,
“응, 엄마는 더위를 먹었어.”
코를 질질 흘리며 더위를 먹은 날, 배도 고프지 않다.
그리고 크고 멋지고 웅장하다고 해서 그게 나랑 맞는 게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물론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의 나는 규모는 작아도 그곳을 온전히 누렸던 klcc공원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잘 바라보며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당장 멋져 보이는 곳이 아닌, 지금의 내가 마음을 주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이 내가 몸담을 곳이다.
그러려면 나를 잘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겠지?
참, 그리고 구글맵아.
길치인 나에게 넌 소중한 친구야
가끔 네가 헛소리를 해도
그래도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