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나는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오전에 아들들 어학원을 보내고 집안일을 해놓고 소파에 몸을 딱 붙인 채 누워있다. 점심시간이 되어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학원으로 간다. 아들들을 데리고 푸드코트로 가니 사장님은 어제는 어디 다녀오셨느냐 한다. 씩 웃는다.
입맛이 없어 깨작거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계란프라이 세 개를 가져오신다. 맛난다.
먹고 나니 힘이 난다. 아들들은 어학원으로 가고 나는 잠깐 걷는다. 지난번 옥상에서 보았던 주택가 동네가 궁금해서 가 보기로 한다. 살로마 다리라고 야경으로 유명한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너머 동네인 것 같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첫날 길을 잃었던 곳 근처이다. 낮에 와도 나쁘지 않았다. 다리가 그늘이 되어 엄청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다리 끝으로 걸어가니 말레이시아가 있다.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마을이다. 뭐랄까 어렸을 때 살고 싶던 집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던 그런 집들이 모여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마당이 있고, 지붕이 세모난 집, 지붕 위로는 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
당장 내려가서 조금 둘러보고 싶은데, 조금 겁이 났다. 둘러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주택가 사이에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곳이 있다. 그래 저기 가서 망고주스 하나만 사자. 하고 마을로 들어간다. 동네 사람인 듯한 분들이 가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나는 거기서 돌아왔다. 히잡을 쓰고 긴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앞에 반바지를 걸치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려니 예의 없는 것 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남편과 함께 어릴 적 살던 동네를 가 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도 조금 겸연쩍었다. 외지인이 발을 들이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들었는데, 오늘 또 그 느낌이 들었다.
다시 다리로 돌아와 집으로 가려는데 웬일인가. 갑자기 내가 울고 있다. 코도 막히고 목소리도 걸걸한 사람이 아무런 맥락 없이 땡볕아래서 울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울고 싶었던 걸까. 갑자기 복받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살로마 다리 옆에는 묘지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국민가수이자 배우였던 살로마의 묘지도 거기 있다고 한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 분명히 존재했던 사람들은 인생의 지평선 너머로 가버렸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그 지평선 너머로 갈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순간, 살아야 한다. 그것은 숙명과도 같은 것,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파란 하늘을 동경하던 아이는 이제 내가 되어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뜨거운 햇볕도 금세 눈물을 말리지는 못했다. 나를 달래며 집으로 향한다.
하원시간에 맞춰 어학원으로 간다. 보물 같은 내 아들들을 데리러. 수영장을 갔다가 밥을 먹는다. 눈부신 저녁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