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날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아까워서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지만, 나의 컨디션 난조로 ‘맛있는 곳 가서 점심 먹고 들어오자’로 계획을 바꿨다.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점심까지만 영업을 해서 아껴두었던 곳,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중국 하이난 식 음식점이다. 이름도 향기로운 dang wangi역에서 내려 한낮의 해를 벗 삼아 조금 걸어가니 금세 식당이 나온다. 오래된 곳이라 낡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낡았다기보다는 오랜 기간 잘 가꾼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음식이 정말 맛있다. 백미는 카야토스트였는데, 카야잼이 정말 일품이었다. 더운 데 걸어오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우리 셋은 무척 만족했고, 나오면서 카야롤 한 박스를 샀다. 이구동성으로 ‘이건 사야 한다.’라면서
간단하게 점심만 먹고 집에 가려는데 골목이 아기자기 이쁘다. 가만히 있던 둘째가 여기는 지난번 망고 사러 왔다가 생선냄새 때문에 돌아갔던 시장이 있는 동네라며 저 쪽으로 가면 시장이 나온다고 말한다. 와, 이번에 느낀 건데 둘째는 눈썰미가 좋고, 들은 것을 잘 기억한다. 깜짝 놀란다. 여기서는 그 시장이 보이지도 않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15분 정도 걸어가면 초우킷 시장이다. 그래, 가보자. 서울 가기 전에 달달한 망고 실컷 먹자. 라며 땡볕 길을 걷는다.
더웠지만 습하지 않고, 때때로 그늘이 있어 걸을만했다. 그리고 정말 길 끝에는 시장이 있었다. 오후라 시장이 거의 문을 닫고 있었서 또 시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지난번 샀던 시장 앞 가게에서 노란 망고를 산다.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로 “그럼 지하철 역으로?”라고 하니, “엄마!??”라고 정색하는 아이들, 그래. 그랩 부르자. 나도 그러려고 했었다. 그랩을 기다리며 건물 유리창 앞에 걸터앉는다. 날씨가 쾌청해서였을까, 이러고 있는 우리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해가 지고 계획대로라면 밤수영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옥상에 앉아 바람을 쐰다. 어제가 보름이었지, 달이 밝다. 시원하다. 강 건너 주택가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니, 따뜻한 우리 집이 생각난다.
시원한 바람이 좋다. 옥상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선베드에 누워 이야기하는 가족들의 대화도,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긴 여행자의 뒷모습도, 모든 것이 조화롭고 완벽해 보인다.
우리 셋도 이 선물 같은 바람을 느끼며 나란히 앉아 저 불빛을 본다. 이 순간을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