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짬을 내어 티티왕사 호수공원에 갔다. 이곳의 나무는 어쩌면 이렇게 크고 초록색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큼해진다. 그리고 걷는다. 하늘만큼 올라가는 분수를 보며, 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가벼운 양산을 하나 들고서.
공원을 걸으며 설레는 마음에 나풀나풀 쉬지 않고 걸었더니, 금세 지친다. 돌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삶이 그런 것 같다.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고 다시 눈을 들어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와 함께 산책 나온 엄마,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탄 커플, 새소리, 어느새 파란 하늘.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 마음이 덥고 지친 것도 모른 채 걷기만 하는 건 독이다. 나를 수시로 살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최선을 해 준다. 1분만 일을 덮고 눈 감고 있기, 잠시만 고개 들어 하늘 바라 보기, 이런 소소한 것들. 내가 너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걸 계속 알려줘야 한다.
오전이 나 자신과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라면, 아들들이 하원하는 오후는 다르다. 오늘은 지난번 갔던 실내서핑을 다시 한다. 두 번째라 그런지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간다. 굉장히 신나고 진지한 표정으로…… 와우, 결국에는 일어서서 보드를 타는 것까지 성공이다. 멋지다. 열정적으로 알려주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라며 큰 절을 하고 나온다.
집으로 간다. 지난번처럼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을 헤매지 않기 위해 미리 알아보고 잘 찾아간다. 바로 코앞이구만, 우리 지난번에 뭐 한 거니? 그래 이제는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
그런데 지하철을 급하게 타다가 나만 타고 아이들은 못 탔는데 문이 닫혀버렸다. 놀란 눈을 한 지하철 안과 밖의 사람. 그러나 지하철은 출발한다. 빠잉……
부랴부랴 연락을 해 그 자리에 있으라고 금방 돌아간다 하니, 아들들은 오히려 나더러 다음 지하철을 타고 갈 테니 내려 있다가 다음 지하철을 타라고 한다. 그… 그렇지. 후후…… 다시 만난 우리는 활짝 웃는다. 놀랐지만 웃음이 계속 났다. 첫째는 “우리 둘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에요!”라며 동생을 챙긴다. 이쁘다.
사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무조건 그 자리에 있기’라는 원칙을 미리 공유했었다. 물론 휴대폰이 있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지만 그 짧은 5분 동안 놀랐다가 다행이다 싶었다가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랬다.
당황하지 않는다.
숨을 고르고 주변을 보고 상황을 직시한다.
아들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야 하고,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 아들들은 이만큼이나 듬직해져 우리는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있고 아들들은 이제 스스로 물음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런 마음을 조금 더 지지할 생각이다.
내가 영희를 수시로 살피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을 수시로 살피고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애정 어린 눈으로 그러나 조금 더 말을 아끼고 발을 늦추면서.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