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하는 기분
아들들이 학원을 가고 꼼짝도 하기 싫었는데 몸을 일으켜 집안일을 한다. 집안일을 하고 머리도 빗고 어디라도 좀 나가볼까 하다가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좀 쉬자. 점심시간이 되어 겨우 소파에서 나와 학원으로 가서 아들들을 만난다. 첫째는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일본친구와 밥을 먹겠다고 한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면 퍼질 것 같아 몸을 움직인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겠고 주문을 했지만 내 손엔 떼따릭에 젤리국수 같은 게 들어있는 라지 사이즈 음료가 있다. 분명히 떼따릭에 커피를 섞은 스몰사이즈 음료를 주문했는데…… 영희야 뭘 주문한 거니?
어쨌거나 차가운 음료를 들고 klcc공원으로 간다. 햇빛이 내리꽂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청량하다. 기분이 좋다. 천천히 둘러본다. 빌딩 숲에 싸여있지만 커다란 나무들과 분수가 있어 걸을만하다.
천천히 걸으며 푸른 하늘의 ‘꿈에서 본 거리’를 흥얼거린다. 힐링이란 이런 것인가. 햇살도 공기도 나무도 초록색도 여유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표정까지도…… 참 좋았다. 용기를 내어 지나가는 커플에게 사진 한 장 부탁하고 사진도 찍는다. 여기 와서 내 사진은 거의 셀피인데 전신이 나오는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좋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웃다가 하늘 보다가 나무 보다가 호수 앞에 앉아 분수를 쳐다보니,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분이 나더러 앉아있는 그 자세에서 본인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한다. 나는 열정적으로 가로로 세로로 사진을 찍어드렸다. 굉장히 흡족해하신다. 잠깐 앉아도 되느냐고 해서 그러시라고 했다. 참 신기하다. 영어공부를 할 때는 그렇게 안 들리는 영어가 들리고 나도 그에 맞춰 대화를 하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 태국을 거쳐 이틀 전에 쿠알라룸푸르에 왔다고 한다. 태국여행이 매우 즐거웠다고 했다. 음식이 싸고 맛있고 가볼 데도 많았다며……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부산을 꼭 가고 싶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온 지 얼마나 됐는지, 한국 겨울은 너무 춥지 않냐, 영국 가보고 싶다. 나 지난주에 믈라카 다녀왔는데 좋더라. 버스로 두 시간 걸리니 시간 되면 가보셔. 뭐 이런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아이들 하원시간이라 가봐야 한다고 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라 하며 서로 인사를 했다.
집으로 가는 길, 기분이 좋다. 영알못이 영국 여행자와 스몰토크를 한 것도 즐겁고, 햇살아래 커다란 초록나무를 보며 산책을 한 것도 좋다.
일상은 이런 소소한 것들로 즐거워진다.
얼마 전 박물관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Beauty surrounds us, but usually we need to be walking in a garden to know it.
어제까지는 여행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우연히 들어선 이 공원처럼 다시 여행 시작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