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어버린 여행

by 영희

누군가 나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첫 번째로 ‘눈 위 가득한 하늘’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쩜 이곳 하늘은 이리 넓고 푸른지……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넓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성실한 첫째가 배탈이 나서 학원을 쉬었다. 아들이 아프다는데 나 혼자 나갈 순 없지. 둘째 어학원만 데려다주고 얼른 집으로 와서 느긋하게 집안일을 했다. 첫째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보였고 오늘 쉬면 내일은 좀 더 낫겠구나 싶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하늘이 참 맑다. “나 미술관 다녀와도 돼?”, “그럼요, 엄마 나 이제 혼자 있을 수 있어요.” 미안한 마음을 누르고 미술관을 간다. 둘째가 어학원에서 돌아오기까지 딱 두 시간을 채우러 간다.

국립미술관

미술관에는 연인들, 친구들, 여행자들로 꽤 채워져 있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지만, 서울에서도 가끔 미술관을 갔었다. 미술은 나에게는 너무 먼 영역이고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작품 너머 작가를, 모델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가 궁금한 건 결국 사람이다.

저 사람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작품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법도 있기 전에도 이곳에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사람들을 자연을 닮아가며 이곳의 색이 입혀지고 이곳의 향기가 만발했겠지. 그런 이곳의 색과 향기가 영감을 주고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우리는 역사가 되겠지. 이런 생각. 결론도 없는 생각을 잠시 담아본다.



미술관을 나와 햇빛 아래를 걸어 지하철을 탄다. 너무나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지하철 표 끊는 것도 새롭고 즐거웠는데 이제는 일상이다.

일상 한 컷

출구를 나오니 지난번 밤에 아들 손 꽉 잡고 걷던 길이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도로변인 걸 보고 웃는다. 늘 걷던 길처럼 금세 동네로 간다.


여행이 길어지면 일상이 된다.


문득 나에게 물어본다. 이곳에 살 수 있겠니?

이곳에 산다면, 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렇게 산다면…… 서울과 별로 다를 것 같지 않다.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보다 더한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하늘을 볼 것 같다. 이렇게나 넓고 파란 하늘, 미세먼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금속이 덮고 있는 하늘 말고 어릴 적 스케치북에 그리던 이런 넓고 푸른 하늘을 이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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