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어린아이처럼 그저 들여다보고 싶었다.

by 영희

아이들이 어학원에 가고 나는 얼른 집안일을 마치고 집을 나선다. 어학원 점심시간인 12시 15분까지 자유시간이다. 시간을 아끼려 얼른 그랩을 불러 이슬람예술박물관으로 간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예술박물관이라고 한다.

딱히 이슬람예술이 궁금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내가 원한 건 오롯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작품 앞에서 오래 멈출 수 있는, 작품을 굳이 교과서처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입구부터 웅장했다. 처음 이슬람 예술을 접한 사람도 나 같은 마음이었을까? 이렇게 화려하고 섬세한 문화였구나! 감탄을 한다. 작품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작품 설명을 구글 렌즈로 들여다보다가 그마저도 그만둔다. 그냥 보고 싶었다. 활자는 자꾸만 뭔가를 설명하려 하기에 나는 무지한 어린아이처럼 그저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유물들을 사용했을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 머릿속에 이슬람 문화는 황토색, 무채색이었는데 여기 오니 이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색이었다.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자꾸만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들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치우친 견해를 갖는 것이다. 조금 더 공부하면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늘 배웠다.


박물관에서 나와 뜨거운 햇빛 아래를 걸어간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들이 아름답다. 지하철역을 찾아 아름다운 건물들을 지나 나는 계속 걷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이라니!

혼자 걷는 길은 또 새롭다.

이렇게 나는 또 나를 만난다.

나는 생각보다 여행을 즐기는구나.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많구나.


박물관을 다녀왔다고 하니 첫째가 웃는다. “엄마 좋아하는 거 했네요”라며…… “응, 엄마 박물관에서 천천히 둘러보니 좋았어! 엄마 내일은 미술관 갈 거야! “

아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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