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타보자.
주말이다!
어제 서핑 여파로 몹시 피곤한 주말이지만,
블로그를 뒤져가며 고속버스를 예매해 놓았기에, 오늘은 쿠알라룸푸르에서 2시가 거리의 믈라카로 간다.
9시 30분 믈라카행 kkkl버스를 타기 위해
8시에 그랩을 타고 버스터미널(tbs)로 간다.
그랩 기사님께 믈라카 간다고 하니, 예약했느냐고 물으시곤 믈라카 버스 타는 곳 근처에 내려주신다. 이지북에서 예매한 내역을 보여주고 종이 티켓으로 바꾼다. 티켓에서 탑승구를 확인하고, 큐알 코드를 찍고 탑승구 쪽으로 들어간다. 너무 서둘렀다. 한 시간이 남았다. 하하. 버스구경 실컷 하고 우리 버스에 탄다. 우리나라 우등버스 같은 kkkl버스를 탄다. 믈라카까지 14.4링깃, 4천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주말이라 차가 막혀 2시간 30분쯤 걸려 도착한다.
첫째가 알아본 락사 맛집으로 간다. 둘째는 나시고랭과 치킨, 첫째와 나는 노냐락사를 먹는다. 맛있다. 서빙하시는 아저씨가 우리를 홀대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상할 뻔했는데, 락사덕에 웃는다.
밥을 먹고 나와 걸어서 20분 거리의 네덜란드 광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믈라카의 햇빛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세포 사이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겠다고 아우성치는 느낌이다. 바로 그랩을 부른다. 그랩을 타고 네덜란드 광장으로 간다. 존커스트리트가 꽉 막혀 걸어가자고 하니, 둘째가 막히면 천천히 타고 가자고 한다. 너무 더우니까…… 그렇지, 그러면 되지. 막히는 거리에서 에어컨 나오는 차 안을 즐긴다.
적갈색 네덜란드 광장을 돌아보고 계단을 올라 세인트 폴 언덕에 오른다. 믈라카가 한눈에 보인다. 저 멀리 바다까지도…… 열강은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겼다. 적갈색으로, 무너진 성벽으로…… 그리고 역사는 지금도 흐른다.
아……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너무너무 덥다.
강가를 지나 카페로 들어간다. 아포가토와 아이스초코를 먹으며 더위를 달랜다. 누구 하나 먼저 나가자고 이야기하지 않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기념품을 사러 나온다. 어차피 6시 30분 버스를 예매해 놓아서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우리끼리 고속버스를 한번 타보자’는 단순한 목표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길을 걷다 만난 오랑우탄 하우스로 들어간다. 여러 작품이 있고 티셔츠를 팔았다. 둘째는 한참 작품을 보더니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하나 골랐다. 내 보기엔 난해한 그림인데, 아무 말 않고 사준다. 네 눈이 내 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강변이 이뻐서 걷다가 크루즈를 타기로 한다. 그냥 시간이 남아서 탄 것이었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좋았다. 시원한 바람, 강변의 아기자기한 상점, 강을 끼고 사는 마을, 푸른 하늘…… 그 모든 것이 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날씨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던 더위도 가시는 것 같았다. 정말 좋았다. 믈라카가 우리 마음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아들들은 한참을 말없이 강변을 바라보았다. 너희의 믈라카를 담으렴. 나는 너희를 담을게.
믈라카는 밤이 이쁘다던데, 우리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터미널로 간다.
소중한 믈라카야, 잘 지내.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이다. 그랩을 타려는 사람들 틈에서 겨우 그랩을 찾아 타고 집으로 온다.
집에 오니 긴장이 풀린다.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으로 다른 지방을 다녀오느라 신경을 쓰긴 했나 보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우리 정말 잘했다며 서로 칭찬했다.
우리 정말 잘했다.
서울 촌 놈들이 말레이시아에 와서
고속버스도 척척 타고 지방도 다녀오고
우리 삶 안에 또 하나 씨앗을 심은 것 같다.
이 씨앗이 양분을 받아 무럭무럭 커 가기를.
응원한다. 내 아들들 그리고 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