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둘째가 어학원을 가는 첫날이다.
영어학원이라고는 다닌 적인 없는 아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학원으로 간다. 어린이집 초창기 모습이 그려진다. 교실을 찾아가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자리 잡고 앉는 것을 본 후 집으로 온다. 잘할 거야.라고 둘째를 다독이고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자유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뭔가 설렌다.
집으로 가지 않고 역 쪽으로 가서 떼따릭과 파타야 라피스를 하나 산다. 어디든 가고 싶으나 오늘은 몸 상태가 별로이므로 참는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밥을 한다. 오늘은 실내서핑장 예약을 해 놨으므로 후딱 밥 먹고 출발이다. 그랩을 불렀다. 22링깃…… 서핑장이 있는 몰까지 지하철이 세명에 14링깃이니 이 정도면 그랩 탈 만하다 싶다. 서핑장에서 간단히 등록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서핑을 배운다. 가기 전에는 무서울 것 같다더니 물 만났다. 넘어지면서도 함박웃음이다. 엄청 좋아하는구먼. 나는 연신 사진을 찍는다.
서핑이 끝나고 간식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 나의 둘째 아들은 골이 나셨다. 표면적으로는 예정되어 있던 형아의 옷을 샀기 때문이지만-그 새 커서 옷이 작다.-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왜 형아는 비싼 거 사주고 내가 말하면 비싸다고 안 사주냐부터 시작해서 솜사탕 먹고 싶은데 왜 안 사주냐, 왜 내가 말하는데 안 듣냐……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가며 설명하다가 슬슬 지쳐간다. 집으로 가는 그랩을 조회하니, 그 새 70링깃 가까이한다. 지하철 타야겠다.
지하철 역을 찾는데 몰이 너무 커서 그런지 우리는 몰 밖으로 나와서 공터를 헤매는 신세가 됐다. 지하철 역은 보이는데 도저히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이럴 때 보면 구글맵은 멍청이다. 날씨는 덥고 사람은 안 보이고 이러다간……속이 탄다. 겨우 사람을 만나 길을 물어 입구를 찾아낸다. 결국 몰 안이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서 봤던 곳이다. 이제야 생각이 난다.
땀을 너무 흘린 탓에 차가운 지하철에 들어오니 급격히 피곤해진다. 넋을 놓고 있다가 겨우 환승을 하고 내린다. 간단히 저녁을 사 먹고 아이들 젖은 수영복과 수건을 넣은 가방을 짊어지고 먹을 물을 산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간다. 그 새 나의 둘째는 본인이 원하는 음료수는 샀지만 비싼 과자를 못 사서 입이 나왔다.
못 참겠다. 화가 나니 걸음이 빨라진다. 내 걸음에 내 화가 녹아드니 아들들이 눈치를 본다. 집에 와서 둘째를 앉혀놓고 말한다. 오늘 한 일 중에 엄마가 엄마를 위해 한 일은 떼따릭 한잔과 라피스 하나다. 하루종일 우리 아들들 재미있는 거 없는지 알아보고 찾아다녔다. 좋아하는 간식, 좋아하는 서핑, 좋아하는 음료수……
그럼에도 더 원하는 걸 안 준다고 입이 나오는 건 반칙이다.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타일렀다. 둘째는 눈물을 흘린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도 둘째가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든 것이 미안하다. 게다가 오늘은 어학원 첫날이라 힘들었을텐데……우리는 서로를 안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는데
내가 그랬구나 싶다. 하나에 감사할 줄 모르고 더 큰 것, 그것 말고 다른 것을 바라며 산다.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깨닫는다.
‘아이들이 어학원을 즐겁게 다녀온 것을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감사합니다. 길을 찾느라 헤맸지만 돕는 손길을 만난 것을 감사합니다. 안전하고 즐겁게 서핑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배고플 때 저녁을 먹고, 목마를 때 마실 물을 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내 아들들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 정말 감사합니다. ’
욕심은 끝이 없다.
욕심을 잠재우는 것은 감사이다.
감사는 품격 있는 삶을 살게 한다.
이렇게 배운다.
아들은 나의 거울, 아들을 통해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