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을 꼭 잡고 밤길을 걷는다.

by 영희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평일

나의 수영선생님이 어학원에서 오자마자 후다닥 수영수업을 하고 그랩을 탄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으나, 수영 후라 피곤하기도 하고 엄마 가르치느라 놀지도 못한 아들들을 위한 선물이다.


우리는 그랩으로 30분 거리의 바쿠테 맛집으로 간다. 유명하다는 바쿠테 집은 2시면 문을 닫아, 이곳을 찾았는데…… 우와 엄청 큰 로컬맛집인 것 같았다. 딱히 입구라고 할 만한 데가 없는 이곳에는 빨간 플라스틱 식탁이 몇 백개는 있었다. 그런데 그 식탁이 꽉 차 있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우리는 이내 자리를 잡고 바쿠테를 주문했다. 중국어 쓰는 사람이 많아서 중국여행 때의 기억을 살려서 “뿌야오 샹차이”를 말하면서……


맛은 기가 막혔다. 사실 이미 식당에 발 디디는 순간 기가 막힌 냄새가 났었다. 고기 잡내라고는 없고, 진한 국물과 잘 밴 양념, 와 정말 잘 찾아왔구나 싶었다. 우리는 국물 있는 바쿠테와 드라이 바쿠테, 밥 세 공기를 시켜 싹싹 긁어먹고 나왔다. 사실 바쿠테 하나 더 주문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엄두가 안 났다. 맛있게 먹고 50링깃을 내고 나왔다. 와 좋다.

보기엔 이래도 맛이 끝내준다.

집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가야지! 지하철로는 열 정거장이다. 어둠이 내린 낯선 거리를 걸어 지하철 역으로 간다. 날이 어두울 때 집이 멀다고 생각하면 몸이 긴장을 한다. 게다가 걸어보지 않은 한적한 길이니 더 그렇다. 아들들 손을 꼭 잡는다. 다행히 역은 식당에서 멀지 않다.


우리가 탄 노랑 지하철 하차 역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평소에 이용하는 지하철역과는 떨어져 있다. 지하철을 내려 낯선 길을 걸어야 한다. 역을 나오니 트윈타워가 보인다. 꼭 북극성 같다. 트윈타워를 보니 여기가 어딘지 보인다.

이 순간은 구글맵보다 페트로나스트윈타워

아들들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어제저녁 쿠알라룸푸르 최대 번화가 부킷빈탕에 갔을 때에도 어둠이 내리니 우리는 자연스레 손을 잡았다. 의지가 된다. 그렇게 걸으니 이내 우리 동네가 나온다. 휴……안심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남편은 나에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괜찮아. 근데

어두운 밤 걸을 때는 당신 생각이 나더라. “라고 하니

웃는다.


이 모든 하루가 감사하다.

적도 근처에 있는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태양을 느끼며, 사랑하는 아들들과 생활하는 지금 이 모든 순간이.

지금까지 일에 치이고, 내 생각에 매몰되어 생활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날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내 인생에 이렇게 마음을 활짝 펴고 산 적이 있었던가, 또 이런 호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호강하게 해 줄게. 영희야”라고 말해본다.


사랑한다. 영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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